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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 전달의 어려움

'미래의 교육, 올린'

by Aprilamb

'현재의 교육 프레임웍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수십 가지의 다른 관점들을 밤새도록 쏟아낼 수 있을 정도다. 나도 그런 교육을 받아왔고, 그런 문제점을 제시하는 글을 쓴 '미래의 교육, 올린'의 작가도 그런 교육을 받아왔으니까. 적어도 모르는 내용에 대해서 아는 척하며 떠들지는 않을 자신이 있고,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사실 현재 프레임웍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미래 지향적 시도를 제시하는 책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런 류의 글을 읽다 보면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공감하게 되고, 새로운 제안은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과연, 그렇겠군.'하고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저녁에 자려고 누우면 왠지 읽었던 내용들이 새록새록 가치 없는 일반화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게 아쉬웠다.


이런 책들이 소재나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글쓴이들은 확실히 그 대상을 경험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거나 기존과는 다른 감동을 느꼈고,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곳에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바로 그 감동을 느꼈던 현상이나 대상을 일반화시키려는데 있다. 그것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단계를 구분하고, 특별한 이름을 붙이는 작업에 집중할수록 그 대상의 신박함은 평범한 논리 뒤쪽으로 숨어버리게 된다. 물론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과 함께 그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주변의 상황, 그리고 지속적으로 거쳐왔던 시행착오까지 모두 함께 덩어리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하기엔 책 한 권이 너무 짧은 문제도 있다.


모든 새로운 시도에는 그것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잘라버린 깔끔한 일반화는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데이터 센터를 잘 운영하고 있던 인더스트리 기업이 갑자기 센터 전체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작업을 한다던지, 내부 인력용 시스템을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로 변경한다던지 하는 것도 비슷한 예다. 인더스트리 타입을 불문하고 성경처럼 번지고 있는 에자일 방법론도 마찬가지다. 물론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거나,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모노리스에서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로 변경하거나, 에자일 방법론을 사용해 성공한 예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비즈니스를 하며 만났던 커다란 벽 앞에서 생존을 위한 시도의 여정 끝에 도달한 방법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요약하고 일반화시킨다 해도 - 직각삼각형에 적용한 피타고라스의 정리와는 다르게 - 모든 비즈니스의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줄 수는 없다.


'미래의 교육, 올린'도 충실하게 '올린'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전달하고 있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전달된 그곳의 인재 양성법은 뭔가 조금 심심하고 평이해 보였다. 글 뒤로 분명히 실제로는 더 큰 울림과 감동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경이로운 경험을 했지만, 막상 그것을 전달할 때에 발동된 글쓴이의 '구시대의 교육 세포'가 발목을 잡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북저널리즘의 시도도 마음에 들고 표지도 예뻐서 약간은 기대하고 읽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던 '미래의 교육, 올린'. 하지만, 실린 인터뷰들은 나름 괜찮았고, 그들 중 하나를 소개하며 끝맺을까 한다.


학생들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식의 양'은 있으면 좋은 것이지만 '문제 해결 역량'은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마텔로 Robert Mart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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