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억척 생존기
아침에 일어나니 어둑어둑했던 하늘이 밝아지고 있는데도 날씨가 싸늘하다. 여름에도 밤과 새벽은 늘 춥긴 했지만 그것과는 뭔가 다르다 싶었는데, 역시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여름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고 온다 해도 주변이 습기로 가득 차는 듯한 느낌 정도라 한참 내리고 있는 중에도 '이걸 비로 쳐줘야 하나?' 하게 되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창문을 적시길래 사놓고 한 번도 앉지 않았던 해먹 의자에 앉아 한참 밖을 내다 보았다.
랜덤으로 걸어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It's a pity to say goodnight'가 흘러나오면 피아노 리듬에 맞춰 살짝살짝 고개를 흔들어 주고, 'Homegrown'이 흘러나오면 드럼 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 들썩 움직여 주면 된다.
'오늘은 일찍 일어났으니 조금 이러고 있어도 돼'
늦장 부리다가 늦게 일어났을 때처럼 살짝 서두르면 되니 말이다. 그러면 된다.
그렇게 생각없이 멍때리고 있는데 Savina & Drones의 'Where are you'가 흘러나오는데, 왠지 뜨던 해는 다시 지구 반대편으로 떨어질 것 같고, 비는 세상 끝까지 내릴 것 같고, 시간은 다시 자정으로 달려갈 것만 같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Where are you'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