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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Dec 30. 2019

2019년 나만의 랭킹

서울, 오늘 날씨는 맑음

올해 상반기는 지긋지긋하게 시간이 안 가더니, 하반기는 소나기에 벚꽃이 떨어지듯 그렇게 훌쩍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바쁘고, 정신없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다 지나갔다는 것이 위안이 되는 올해의 마지막 날. 나도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한해를 반추하고 싶어 졌다.


'나는 올해 무엇에 위안받았지?'에 대한 답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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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의 노래: 마마무의 <너나 해>


심지어는 올해 곡도 아니다. 그런 이곡을 올해 유심히 듣게 된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mnet의 <퀸덤> 때문이었다. <퀸덤>은 걸그룹끼리 서로 경연을 하는 예능으로 마마무와 함께 출현했던 AOA가 상대 곡 부르기에서 골랐던 곡이 바로 <너나 해>였다. 곡이 좋아서 원곡도 들어봤다가 올 하반기에 계속 달고 다녔는데, 이곡의 백미는 바로 리더 솔라의 '너는 너만 생각해, 그럴 거면 너너너나 해' 부분의 춤과 눈빛이다. 뮤직비디오로 확인하고도 '이게 왜요? 춤이 이상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는  부분에 빠졌다. 보컬은 화사나 휘인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이곡만큼은 솔라의 카리스마가 리드했다고 생각한다.


2. 올해의 영화: <나이브즈 아웃 Knives Out>


가장 최근에 봤기 때문에 Serial Position Effect 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기생충>이나 <어벤저스:엔드게임>보다도 먼저 떠오른 영화는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즈 아웃>이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완벽하고, 시나리오의 흐름도 논리적 개연성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로튼 토마토 지수 97%를 자랑하는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겨울왕국 2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맥을 못 추고 있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에게 추천하기 너무 애매한 제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나이브스 아웃> 꼭 봐."

"응? 뭐라고?"

"<나입스 아우웃>"

"뭐? 그게 뭔데? 발음 다시 해봐."

"나이브스... 씨..아냐. <겨울왕국 2> 보라고.."


말로는 추천 못했지만, 글로는 강력 추천.


3. 올해의 이어폰: 에어팟 프로


귀로는 알아채기 힘들다 해도, 스펙상으로 손실된 음원이 맘에 안 들어 무선 이어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초 그 편의성에 손든 이후 신들린 듯 많은 무선 이어폰을 구매했었는데, 이런저런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에어팟 프로만 한 게 또 없다. 약간 고음이 아쉬워도, 노캔 성능이 특정 상황에서 좀 부족해도, 가격이 조금 비싸도, 무선 이어폰 중에서는 총점 면에 있어 적수가 없다는 것. 한마디로 국영수부터 예체능까지 골고루 잘한다고 할까? 그래도 취직은 힘들겠지만 말이다. 확실한 장점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주파수 대역별로 밸런스가 좋은 사운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벼운 케이스

엄청난 애플 기기와의 연결성(음질도 애플 기기와 물렸을 때 조금 더 좋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은 바로 '바람소리 캔슬링'이다. 에어팟 프로를 착용한 채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으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은데, 정말 귀신처럼 바람소리를 잘 지운다. 하지만, 너무 조용해서 위험하니 자전거 탈 때는 조심하시길!


4. 올해의 드라마: <너의 모든 것 You>


그사이 시즌 2도 나왔던데, 시즌 1을 보고 나서는 원작인 책까지 찾아볼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구나 하며 신기하게 봤지만, 사실 미국에 살 때 생각해보면 정말 주변에서 주인공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봤었다. 물론 주인공 같은 사이코라는 건 아니고 '아, 이 정도면 내 인생 되돌릴 수 없겠는걸?' 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건데, 그런 사람들은 회생 불가능한 것 같은데도 깊은 고민 없이 툭툭 잘도 일어난다. 물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을 일반화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드라마는  재미있다.


5. 올해의 책: 테드창의 '숨'


올해는 기술서적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딱히 누구나에게 편하게 추천할만한 책이 별로 없다. 테드창의 신작 소설인 <숨>이 그나마 괜찮았는데, 이 책은 여러 SF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숨>은 개인적으로 그냥 그랬는데, 팬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엄청난 의미를 부여한 서평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차라리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 조금 더 잘 읽히기는 하는데, 그것도 조금 내용이 뻔하다. 개인적으로는 IT기술서적 같아보이는 제목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좋았다. 


6. 올해의 운동: 스쿼트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근육량이 1킬로 늘었다. 이건 전적으로 날마다 아침마다 꾸준히 했던 스쿼트 25개 / 4세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열심히 탔던 자전거도 한몫했겠지만 말이다. 작년 말에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라는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책을 읽고 나서부터 시작했는데, 힘들지만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 단순하게 근육량뿐만이 아니라 컨디션이나 몸의 상태도 이전보다 좋아지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어서, 요즘 비실비실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권하고 있는 중이다. 이왕이면 부록으로 플랭크 1분 / 5세트도 같이 추천하고 싶다. 이건 스쿼트보다 조금 더 힘들다.


7. 올해의 소셜 플랫폼: 유튜브


소셜 플랫폼이라고 말하기에는 콘텐츠 포맷도 너무 진부하고, 그 안에서 공유하는 방식도 그다지 신선하지 못하다. 그래도, 사용자 수가 그 가치를 설명해주니까. 사실 애나, 어른이나, 노인네나 다 잘 사용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밖에 없을 거다. 그 안에서 나름대로 각자에게 적절한 영상을 한번 선택하고 나면, 유튜브에서 알아서 지속적으로 관련 있는 콘텐츠를 큐레이팅 해주니 눈만 고정하고 있으면 된다. 왜 사람들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몰입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그건 우리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나도 올해는 퇴근하면 집에 와서 씻고 유튜브를 봤다. 물론 씻지 않고 본 적도 있다. 추천 유투버를 추가하자면 ‘심으뜸’.


8. 올해의 만화책: 약속의 네버랜드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밌어진다. 사실 처음이 조금 재미가 덜한 것도 있다. 중간 즈음에 작가가 문하생을 시켜서 연재를 했는지 그림체가 후져지는데, 그게 좀 거슬린다. 그래도, 내가 중간에 읽다가 놓지 않고 끝까지 따라갈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 사실 나는 읽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꽤 많다. 책도, 만화도, 게임도, 드라마도.. 그렇다고요. 올해의 양대 산맥을 뽑으라면 <신체 찾기>를 추가하고 싶다. 


.....


베스트를 하다 보니, 워스트도 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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