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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맛집, 코요태

댄스 음악의 장인 그룹

by Aprilamb

한때 나의 플레이리스트에는 거미의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와 코요태의 ‘Together’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던 적이 있었다. 나는 플레이리스트를 한번 세팅하고 나면 폰을 바꾸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밴더를 바꿀 때까지 줄곧 듣는 편으로, 업데이트도 분기에 한번 - 기업에서 예산 리뷰하는 주기 정도로 - 밖에는 하지 않는다. 물론 업데이트라고 해봤자 리스트 엔트리들에 큰 변화도 없는데, 새 곡을 넣기 위해 뺄 곡을 찾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애정은 깊고, 플레이리스트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새로운 곡을 넣기 위해 ‘이 곡은 하도 많이 들어서 좀 질렸어.’ 하고 나 자신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해봤자, 바로 머릿속에 보낼 곡의 클라이맥스가 흐르며 플레이리스트에 남겨야만 하는 이유나 곡에 얽힌 추억들이 방울방울 떠오르니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몇 해가 지나 지금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나 ‘Together’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때는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줄기차게 연달아 들었었다. 그런데, 이 두곡을 마음의 준비 없이 나란히 들으면 급성 순환 기분장애를 일으키는 박테리아 - 가 있다면 - 를 들이마신 것 같은 느낌이 되어 버리는 게 문제다. 거미의 감성에 한껏 바닥을 뚫고 내려갔던 멘탈이 ‘Together’의 신스 Synth소리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하늘 끝까지 밀려 올라가 버리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게 뭔지, 정말 사는 건 슬픔의 연속이잖아.’

하다가, 바로 생각이란 걸 할 수 조차 없는 광란의 파티 타임이라니, 큰 기복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내겐 이 두곡을 연달아 듣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긴데, 코요태는 보통 여성 보컬인 신지가 메인이고 남자 둘은 백댄서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물론 약간 쇳소리가 섞인 듯한 신지의 보컬이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잘 들어보면 김종민의 보컬도 생각보다 멋지다. 그는 한 예능 프로에 출현해서는 백댄서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게 되어 핍박을 받으며 엄청난 연습을 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걸 떠나서라도 ‘1024’ 같은 곡을 들어보면 타고난 음색도 꽤 좋다.
그들의 노래는 요즘 곡들에 비해서 뻔하고 예측 가능한 흐름을 가진 평범한 댄스곡들이지만,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로 구두 뒷굽에 밟혀 반쯤 땅 속에 묻혔던 멘탈도 끌어올릴 만큼 에너지가 넘친다. 아마 한번 들으면 무한반복으로 지정해놓고 우주 끝까지 올라가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니까요?

사실 ‘코요태’를 ‘코요테’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 초원 이리인 코요테 Coyote를 생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高耀太(고요태)로 무려 한자를 사용하며, 그 이름은 높고 크게 빛나는 태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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