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기 계발서라는 주홍글씨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by Aprilamb

한참 페이스북에서 북커버 챌린지라는 독서 장려 포스팅 운동이 유행했던 적이 있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표지만을 올리고 바디에는 챌린지 태그 외에는 아무런 내용도 올리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죠. 내가 읽었던 소감으로 책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선입견을 주지 않으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많은 참여를 이끌기 위해 바디를 작성하는 수고를 배제시켜 버리려는 의도가 더 컸을 겁니다. 주제를 주고 글을 쓰라는 건 - 생일 축하를 위한 문장 하나라고 해도 - 고민되는 일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어쨌든 그런 이유로 한때 꽤 많은 책의 표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저는 표지 구경만으로 끝내지 않고 할 일 리스트에 그 책들을 줍줍 했었습니다. 참 피곤한 성격이라는 것에는 반박을 할 수가 없지만, 다행인 건 일일이 다 구해 읽는 성격까지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그 리스트를 뒤적거리다가 하필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네요. 메이지 대학교 괴짜 교수라는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말이죠.


이 책의 주제는 상당히 간단합니다. 살짝 요약해 보자면,


외로움을 잘 견디게 되어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해지고,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생산적인 일을 해낸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인생의 여러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알려주려고 한다. 혼자 잘 지내는 방법을 말이다. 그 방법들은... 블라블라…


정도가 되겠네요. 솔직히 저는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의 과거 이야기를 접할 때부터 심하게 거부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저도 혼자 있는 시간을 꽤 즐기는 타입이라 책 제목만 보고는 자존감 좀 높여볼까 하고 골랐던 건데, 책을 읽고 나서는 차라리 이런 사람과 비슷한 부류가 되느니 밖에 나가서 사람들하고 뛰어놀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이 저와 상성이 안 맞았던 이유는 아마도 제 까칠한 성격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성격이 원만하고 착한 사람이 이 책을 읽었다면 꽤 공감하면서 뭔가를 얻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이유로 친구도 이 책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분류했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작가는 혼자 잘 지내는 방법이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낙오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 팁들을 끊임없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참인 명제인 양 모든 이야기를 단정적으로 풀어나가거나, 팁들을 일반화시키지 못하고 자신에게 특화된 경험을 전달하는 정도에 그치는 건 아쉬웠어요.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을 때 원서를 읽거나 번역을 하라니, 그게 자기 계발서에서 할 소린가요? 수필도 아니고 말이죠. 자기가 그런 식으로 극복했다면 그런 작업을 할 때의 특이점들을 분석하고, 일반화시켜 전달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죠.


....


자기 계발서라는 게 책 한 권 다 읽어봤자 얻는 건 한두 줄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럴듯해 보이는 제목이 보이면 또다시 집어 들고 싶어 지는 건 인지상정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있는 한, 그것에 기대는 가볍고 수준 낮은 자기 계발서들도 계속 넘쳐날 겁니다. 물론 그런 게 자기 계발서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긴 하죠.


솔직히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참을성과 나와 다른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도 갖추고 있고, 거기에 착한 성격까지 겸비한 분이시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라면 히틀러의 '나의 투쟁' 같은 책을 보고도 얻는 게 있으시겠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물원과 관련된 영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