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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전도연, 전도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by Aprilamb

코로나-19 덕에 영화판이 얼어붙었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다 보니 대중들이 삶에 필수가 아닌 활동들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3월 극장 관객은 133만 명에 그치고 말았다네요. 올해 1월만 해도 2000만 명 가까이는 되었으니 - 이것도 전성기의 수치는 아님 - 한두 달 만에 관람객이 10% 미만으로 떨어져 버린 거예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영화죠. 이 영화는 일본 추리소설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비교적 탄탄하고, 최근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기도 했어서 대중들도 꽤 기대했던 작품이거든요. 그런데, 빌어먹을 코로나 시대와 개봉일이 겹쳤죠. 덕분에 100만도 넘지 못하는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꽤 마음에 듭니다. 누아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색채나 스타일도 멋졌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거든요. 사건이 시간 순서가 뒤섞인 상태로 교차 편집되어있는데, 개인적으로 퍼즐 맞추는 느낌이 들어 이런 구성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타란티노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나름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신인 감독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은데,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김용훈 감독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영화도 계속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이 돈가방을 두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예요. 그 돈가방은 술집에서 일하는 서미란(신현빈 분)이 폭력 남편을 살해하고 받은 보험금으로, 주변의 사기꾼, 사채업자, 빚쟁이들과 관련된 사건 속에서 계속 주인이 바뀌게 됩니다.

저는 얼마 전에 ‘라이브’라는 드라마를 완주해서 그런지 배성우 씨가 나오는 장면이 꽤 반갑더라고요. 사우나 주인과 대치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바닥에 눕혀 팔을 뒤로 꺾고 수갑을 채울 것 같았는데 말이죠. 반가운 건 반가운 거고,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전도연 씨 밖에 없습니다. 아마 누가 봐도 그럴걸요? 다른 분들이 연기를 못하거나 매력이 없는 게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전도연 씨의 존재감이 수준이 다른 겁니다.

귀엽고, 섹시하고, 치명적이고, 아슬아슬하고, 무서웠던 그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크린 안에서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그녀가 앵글에서 벗어나거나 씬이 바뀌면, ‘그녀가 빨리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연예인 팬클럽의 직캠 감상도 아니고, 영화를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말이 되나요? 어쨌든, 영화는 전도연 씨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내려오게 되는 바람에 지금 감상하려면 각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도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지 않았으니, 집의 소파에 누워 느긋하게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코로나-19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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