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네. 또 하나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드라마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대 코로나 시대에는 별 다른 이벤트가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늘 콘텐츠 이야기뿐이잖아요. '얼마 전 유튜브에서...', '어제 넷플릭스를 봤는데...', 이런 식이죠. 뭐. 그렇게 대충 겹치는 콘텐츠에 대해 깊이 대화를 하고 나면 보통 서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안 그런가요? 저는 그래요. 그런데, 추천하려면 어느 정도 추천할 만해야 하잖아요. 안목이 후진 사람으로 평가되기는 싫으니까. 그런 이유로 대부분 들어본 작품들을 추천받게 되는데, 이번에는 정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드라마였다니까요?
추천받았던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였던 권도은 작가의 입봉작인 '검색어를 입력하세요:www'였어요. 일단 한 삼일 동안 E10 정도까지 달린 상태인데, 이 정도라면 - 싫증 잘 내는 제 성격을 감안했을 때 - 꽤 어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드라마를 보기 전에 대충 사전 정보를 좀 살펴봤죠. 친구 추천만 믿고 바로 보기 시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정말 있나요? 그 누구도 저와 취향이 딱 떨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 적어도 마음이 가는 관심사를 찾을 수 있어야 에피소드 1편을 돌려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딱히 코드가 맞는 부분을 못 찾겠더라고요. 포스터도 그냥 그렇고, 인터넷 검색회사 관련 이야기라는 것도 진부하고. 시작은 정말 딱 임수정 씨만 보고 들어갔어요.
그렇다고 임수정 씨의 엄청난 팬은 아니고요. 사실 제가 꽤 오랫동안 머리를 했던 분이 임수정 씨 헤어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영화/드라마 때도 계속 따라다니는 바람에 출장이 잦아서 머리를 할 날을 맞추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그래서, 촬영이나 일상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 바람에 임수정 씨는 제게 거의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친구가 나오는 드라마라면 의리상 봐줘야 하는 거죠.
4~5회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우선 작가가 - 영화 '미스 슬로운'을 보지 않았고, 독창적으로 조사를 했다는 가정 하에 - 사전조사를 꽤 했다고 생각해요. 실제 검색엔진 회사의 생리, 디지털 세계에서 그들의 위상 그리고, 실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현대 사회 속에서 검색 포탈의 모습을 아주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어요.
일반 대중에게 검색이라는 건 내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 도구 이상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검색 포탈은 미래를 예측하고 세상을 지배할만한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그 기저에는 일반 사용자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입력 해대는 검색 데이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인 배타미의 입을 빌려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죠.
'사람들이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검색창 앞에서는 진실만을 말한다.'
검색 포탈은 일반 리서치와는 모집단의 격이 다릅니다. 검색을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를 제공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그 데이터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솔직하게 생산되고 있으며, 현재 관심사를 깊이 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단순히 검색 키워드뿐이라면 지지도나 성향까지 파악하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딥러닝을 통한 감정분석 인텐트 감지를 사용해 각 사이트의 성향을 분석해둔다면, 키워드 검색 후 어떤 사이트 링크를 선택하는지를 분석하여 기호까지도 판별해낼 수 있겠죠. 어쨌든, 포탈은 일반 대중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인기 검색어 조작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잠시 이상한 쪽으로 빠졌는데 다시 드라마 이야기를 좀 하자면, 우선 한마디로 재미있어요. 대사도 꽤 '기억해 두고 싶다'하는 것들이 종종 나와주고, 촬영도 기존에 흔하지 않은 패닝과 구도를 많이 사용해서 신선합니다.(너무 클로즈업 샷이나 슬로우를 남발해서 짜증이 나는 경우도 조금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메인 캐릭터들의 성격이 살아있어요. 임수정 씨도 여전히 귀엽긴 합니다만, 이다희 씨 캐릭터는 정말 바로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개성이 넘칩니다. '키가 저렇게 큰데도 귀여울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귀여우면서도 단순하고, 단순하면서도 정의롭습니다. 악역인 전혜진 씨도 카리스마와 매력이 철철 넘쳐요. 남자 주인공인 장기용 씨도 처음 등장 신에서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멋있었죠. 앞머리를 내린 이후 지질한 느낌으로 계속 어장 이야기만 해대고 있긴 하지만.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다가 만나게 된다는 설정도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여러분! 이 드라마를 보시면 게임만 하는 사람도 여친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잘생겨야 겠지만.
어쨌든 중반을 조금 넘어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를 해보자면, 처음의 흡인력은 약간 떨어진 상태이긴 해도 꽤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후 진행이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될까요? 아니면, 정치와 포탈의 대립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문제의식의 수준을 격상시키고 스케일을 키울까요? 오래전 드라마라 이미 보신 분들은 해답을 알고 계시겠지만 말이죠.
어서 빨리 보고 최종 감상을 남겨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