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의 신곡 'And we go'
며칠 전 성시경이 2년 만에 신곡을 발표했어요. 공개하는 날에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어제 갑자기 생각이 나서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노래를 들어봤죠. 목소리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차트를 뒤져봤더니 100위권 안에는 없더라고요. 아마 발매 때는 있었을 것 같은데, 그새 빠져나갔나 보더라고요. 실망했을 성시경을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였습니다.
생각난 김에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해지해버렸어요. 성시경에 대한 복수는 아니고, 아무리 사용해봐도 스트리밍 서비스에 애정이 느껴지지 않아서였습니다.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없는 - 잠깐 빌린 친구의 지우개 같았거든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죠.
멍하니 누워 있다가, 문득 눈에 들어오는 제 방의 오래된 스피커에 오랜만에 전기를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피씨에 저장되어 있던 옛날 곡들을 하나하나 들어보고 귀에 붙는 곡들을 스마트폰에 욱여넣기 시작했어요. 두 시간 동안 그 짓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을 듣게 됐죠. 목소리는 저때도 좋았어요. '온 세상 하얗게 덮여와 그려온 순간 지금이라도' 이 부분은 누가 뭐래도 성시경이지 않나요? 사람들은 그의 부드러운 미성이 좋다지만, 저는 고음을 뒤로 끌어올리면서 뒤집다가 비음으로 마무리하는 저 부분 때문에 팬이 되었습니다.
'And we go'는 잘 불렀지만, 그런 다이너미즘이 결여되어 있어요. 제대 이후로 성시경은 뭔가를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자신감이든, 그만의 전매특허 창법이든, 호소력 있는 감성이든, 분명히 뭔가가 비어 있습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나 봐요. 같은 것을 너무 반복하다 보면 나만의 개성이 평범하게 느껴지고, 결국은 그것이 사라져도 깨닫지 못하는 그런 것. 윤하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잘 부르지만, 와 닿지 않았죠. 다행히 윤하는 그걸 극복했다고 생각하는데, 성시경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다시 노래에서 그가 전달하는 드라마를 듣고 싶거든요.
그런데, 가사는 왜 다 영어로 했을까요?
물론 저는 다 알아들었지만.
아니,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