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애견 라이프
우리 강아지가 반가움을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누워서 배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평소에 쿨한 이놈이 배를 보여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로 일어나 반대편으로 도망가 버리고 마는 성격이다. 게다가 나는 집 안에서 서열도 낮기 때문에 내쪽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음) 덕분에 늘 사회적 거리를 두고서야 덕질을 할 수 있는데, 그래도 같이 꽤 오래 살아서 그런지 - 늦깎이로 가입한 아이돌 팬클럽에서 잊을만하면 스티커 세트 따위를 보내주듯 - 가끔은 생각지 않은 배려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집에 들어올 때인데, 아침이든 저녁이든 상관없이 내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만 들리면 쪼르르 달려 나와 마중을 해 준다.
마중의 순서는 늘 같은데, 우선 내쪽으로 점프를 한두 번 해준다.(이때 짖기도 하는데, 나는 좋아서 짖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는 숙인 내 얼굴의 콧잔등에 침을 좀 묻혀준 후, 배를 보여주는 의식이 진행된다. 이 작업은 먼저 몸의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기울이는 것으로 시작하며, 이후 천천히 다리들을 몸통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등을 바닥에 굴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작업이 엄청나게 천천히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매번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아이폰으로 촬영한 데이비드 리치 감독의 눈싸움 광고에서 주인공이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 장면이 생각날 정도다. 아이폰의 슬로비디오 촬영 기능은 최고지만, 우리 강아지의 배 뒤집는 작업을 촬영할 때만큼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준비가 되면 나는 배를 쓰다듬기 시작하는데, 그때 나를 보는 눈빛이 딱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는 거.
빨리 쓰다듬어. 쿨타임에 진입하는데 이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