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의 산책

좌충우돌 애견 라이프

by Aprilamb


우리 애는 산책을 좋아한다. 물론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니 물어본 적은 있는데, 답을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건 답을 듣지 않아도 다 안다. 게다가 산책을 싫어하는 강아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다.

한 번은 제주도에서 바닷가에 데려 간 적이 있는데, 백사장에서 정말 엄청나게 뛰어다녀서 놀랐었다. 마치 전지훈련 온 야구부의 후보가 ‘나는 1군이 되고 말겠어’ 하며 이를 악물고 뛰어다니는 것 같았는데, 근처에 뒹구는 장난감 자동차의 타이어라도 있었으면 등에 달아주고 싶었다. 그랬으면 살이 좀 빠졌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발 디딘 모래 사이로 물이 찰박 대는 게 신기했는지 껑충껑충 뛰어다니다가, 흥이 극에 달해서는 갑자기 머리를 백사장에 대고 문질러 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던 건지 감도 안 잡히는데, 눈에 모래가 들어가 각막이라도 다칠까 봐 깜짝 놀라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행히 각막은 아직까지도 멀쩡하다.


하지만,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시무룩 한데, 아무래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발을 씻는 게 싫어서 그러는 것 같다.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로 시무룩 한 표정이다. 이해가 가긴 하는 게 나도 발 씻는 게 귀찮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물론 나는 잘 씻음)


갑자기 산책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는데, 어제 같이 산책하는 꿈을 꿨기 때문이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날씨만큼은 정말 유리처럼 맑았고, 우리는 사뿐사뿐 가볍게 발을 맞추며 걷고 있었다.(강아지랑 발을 맞춰 걷다니, 이때부터 꿈인 것을 알아챘어야 했는데...) 그런데, 앞서가던 우리 애가 갑자기 길을 멈추고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야기했다.


‘미국에서는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신고 들어가잖아.’


- 그렇지.


‘근데 왜 한국에서는 발을 씻어야 하냐는 거야.’


-....


‘그런 근본 없는, 비누회사에서 만들어낸 것만 같은 관습을 선진화된 문화처럼 강요하면 안 되는 거지.’


- 그런데, 미국에서도 발은 씻어.


‘.....’


- 너 밖에서 산책할 때 신발까지 신고 다니고 싶어?


‘.... 멍멍.’


우리 애는 그때부터 갑자기 다시 말 못 하는 강아지로 돌아왔다. 엄청나게 통쾌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때까지도 꿈인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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