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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eping Beauty와 하트 시그널

Drumming the Beating Heart

by Aprilamb


한 이년 전쯤 우연히 듣고는 너무 좋아서, 그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건너 다닐 때마다 매번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꼭꼭 집어넣었죠. 그리고, 최근에 이 곡이 하트 시그널 시즌 2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곡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에 끌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도 모르게 멜로디 뒤쪽의 드럼 킥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거죠. 마치 최면에 빠져 전생을 이야기하듯, 수면 내시경 중에 여자친구에게 차인 이야기를 하듯.

‘Sleeping Beauty'가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은 매 순간 치밀하게 볼륨을 조절해가며 예측 불가능하게 찍어대는 드럼 비트에 있어요. 내 것인지 혹은 그녀의 심장 소리인지 모를 불안한 드럼 킥은, 아름다운 피아노 멜로디 라인 밑에서 불규칙한 엇박으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매끈한 와인잔에 크랙을 만들며,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이 곡은 별 관계가 없는 남녀라도 조용한 곳에서 같이 들으면 상대를 좋아하는 것처럼 착각할 만한데, 그 이유로 더욱 하트 시그널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행의 근원을 모른 채 이년 동안 엄청 열심히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하트 시그널 시즌2를 보게 되면서 이 곡하고 연결된 모든 기억들이 리셋되어 버렸어요. 이제는 이곡을 들으면 혼자 침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던 오영주 양만 생각나거든요.


유명한 뮤지션의 곡이 아니어서 지금 여기저기 검색해봐도 정보가 거의 없는데, 하트 시그널을 찍을 때쯤이라면 정말 온 세상에서 나 혼자만 아는 곡 같았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집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되는 첫날, 세상에서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곡이 남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


lo-fi hiphop 감성에 모던함을 더한 세기의 띵곡으로,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봄바람이 불어올 때도, 한여름 햇살이 작렬할 때도, 모두 어울리는 이 곡을 모두에게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더불어 어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하트 시그널 시즌2 도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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