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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월 Jan 10. 2022

감정 쏟아 내림

최근, 북받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한 가운에 서 있었다. 휘몰아치는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집어삼켜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뒤로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잔뜩 겁에 질려 하루하루를 그저 숨만 쉬는 상태였다. 신경을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나를 찌르고 있었고, 피투성이가 된 마음에서 흘러나온 피들은 나를 어둠 속으로 가둬버렸다. 


내가 망가지니 주변 사람들에게 조차 웃을 수 없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가시가 되고, 아픔이 되어 상대와 나를 상처 주었다.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이렇게 피 웅덩이 속에 갇힌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 온갖 어둠이 나를 집어삼키는 듯한 소용돌이 안에 더 이상은 밝은 빛줄기라고는 한 줄도 들어오지 않았다. 


글쓰기조차 나에게 사치가 되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도,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도 모른 채 길을 잃었다. 그저 여러 생각들이 뇌를 빙빙 돌며 글을 적으라는 외침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타자를 치려는 순간 검은 막이 내 앞을 가로막는 느낌이 들었다. 단 한 글자도 타이핑을 할 수 없었다. 그런 내 모습에 나는 좌절과 더한 좌절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도 내가 어떤 글을 쓰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손길이 흐르는 대로 감정이 흐르는 대로 쏟아붓고 있다. 


그것만이 지금 이 순간 내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이렇게 감정을 토해내는 것조차 오랜 시간 동안 나에게는 꿈과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글로 아픔을 승화한 다는 작가들은 이 감정들을 어떻게 해결했던 것일까? 

막막하기만 한 글쓰기를 어떻게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일까. 정말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나 또한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물론, 그럴 수 있을 거라는 헛되면서도 희망에 찬 꿈을 꾸고 있다. 이 어둠을 지나고 벽을 넘어서 밤 하는 의 달과 빛처럼 빛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꿈.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벗어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긴장하지 않고, 두렵지 않고 당당히 내 앞날을 향해 달려 나갈 거라는 희망. 


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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