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정리 - 2016년 6월

6월 셋째 주, 6월에 새로 들은 음악들

by 김방통

원래는 한 주에 하나씩, 새롭게 들은 음악들을 정리하고 짧게 코멘트를 달아놓는 것이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러나 내가 한 주에 하나씩 글을 꾸준히 쓸 정도로 근면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한 주에 찾게 되는 새로운 음악이 한 가지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즐겁게 듣고도 잊어버리는 음악이 너무 많아서, 한 달에 한 번은 중간 정리를 하려고 한다. 여기 언급한 음악들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더 긴 글로 제대로 정리할지도 모르겠다.

6월에 새롭게 들은 음악은 다음과 같다.




6월 초에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음악은 타로가 연주한 슈베르트의 즉흥곡(Op. 90, D.899 No. 3 in Gb Major)이었다. 알렉상드르 타로의 공연을 기다리면서(프로그램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몇 번이고 돌려 들었다. 공연 끝나고 LP에 사인받으면서 <아무르>에 있는 슈베르트 너무 좋아한다고, 잘 들었다고 더듬더듬 말하는데 타로가 내 눈을 보면서 "Amour-?"하고 말하는데 숨 멎을 뻔했다. 나중에 트위터로 김명남 선생님이 "엘피의 자기 얼굴 위에 저렇게 사인하는 사람에게... 사랑에 어떻게... 안 빠져요... 행복하시길,,,"라고 말씀해주심. ㅋㅋㅋ




6월 9일에는 <Scheherazade and Other Stories>를 들었다. 1975년에 발매된 프로그레시브 락밴드 르네상스의 여섯 번째 앨범인데, 역시나 프로그레시브 밴드 어디 안 간다고 B 사이드는 20분에 달하는 "Song of Scheherazade" 한 곡으로 채워져 있다. 악기의 구성과 짜임새가 클래시컬해서 즐겁게 들었다. 이 음반을 추천해준 친구분은 어쩌면 내가 이탈리아 쪽 프록락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해줌.




6월 14일에는 오오누키 타에코Taeko Ohnuki의 <Sunshower>를 들었다. 앨범 표지부터 음악까지 깔끔하고 도회적인, 티가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분위기의 팝. 1977년 앨범인데도 소리가 깔끔한데 알고 보니 류이치 사카모토가 전곡의 편곡과 프로듀싱을 담당했다고 한다. 윤하 누나는 오오누키 타에코가 마음에 든다면 나중에 야마시타 타츠로나 마츠토야 유미도 찾아서 들어보라고 추천해줬다. 윤하 누나 짱!




그다음 날에는 한승석과 정재일의 <바리 abandoned> 앨범을 드디어 들어보았다. 여러 친구들로부터 많이 추천을 받아왔음에도 잊고 있다 공연이 열린다기에 급히 들어본 것. 음악 여기저기에 녹아있는 묵직하고 서슬 퍼런 광경들 때문에 오래 듣고 있기 힘들었다. 고민하다 공연 예매는 하지 않았다. 몇 번은 더 들어봐야 할 음악.




학기가 마무리되어가던 6월 말에는 연구실에서 유튜브를 뒤지다 토킹 헤즈의 <Stop Making Sense>의 아웃 테이크를 발견했다. "Cities"와 "I Zimbra(!)", "Big Business" 세 곡이 들어있는 12분 분량의 라이브. 이 영상 보고 "Cities"가 너무 좋아져서 한동안 아무도 없는 새벽 길거리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기숙사로 돌아오곤 했다.




6월 말에는 트위터의 친구분께 C.P.E. 바흐의 첼로 협주곡 Wq.172를 추천받았다. 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을 주워섬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데, C.P.E. 바흐의 음악도 이렇게 좋은 줄은 처음 알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3악장을 들었다. 매일 아침의 시작이 이 곡 같으면 좋으련만.




이걸 까먹고 올리지 않았다. 밤신사의 첫번째 앨범, <실화를 바탕으로>. 테이프로만 발매가 되어 들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앨범 통째로 유튜브에 올려버렸다. 오프닝 인스트루멘털의 톤부터 리프까지, 근래에 듣기 힘든 시원한 기타락. 얄개들 이후의 행보는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괜찮은 음악을 계속 만들어 왔나보다. 공연도 다음 음악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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