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는 너무 쉽다

10월 셋째 주, 코너 오버스트의 <Ruminations>

by 김방통

코너 오버스트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Ruminations>를 추천받았다. 이 분은 코너 오버스트의 공연을 보러 미국을 다녀오실 정도로 열성적인 팬이라(아마도 우리나라 최고의 코너 오버스트 팬이 아니실까) NPR에서 미리듣기를 제공할 때부터 소개를 해주셨는데, 듣고 보니 딱히 코너 오버스트를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빠져들만큼 좋은 음악이었다.

코너 오버스트는 브라잇 아이즈Bright Eyes으로 가장 잘 알려져있고, 그 외에도 엠워드와 짐 제임스 등과 함께한 포크 슈퍼밴드인 몬스터스 오브 포크Monsters of Folk, 급진적이고 정치적인 가사를 쓴 펑크 밴드인 데사빠레시도스Desaparecidos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왔다. <Ruminations>는 코너의 일곱번째 솔로 앨범인데 제목이 암시하듯 기타와 피아노, 하모니카로 이루어진 단촐한 구성의 포크 앨범이다. 피아노와 하모니카라니, 이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구성인가. 가사는 어떨까, 아까는 멍하니 듣고 있는데 "Every morning is a desert, every night is a flood"라는 구절이 나오더라. "A Little Uncanny"라는 곡의 중간이었다.

그 김에 생각이 나서 주말 동안 코너 오버스트를 둘러싼 미국 인디 포크를 죽 찾아 들었다. 몬스터스 오브 포크도 있고, 마이 모닝 재킷과 그와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플릿 팍시스도, 아이언 앤 와인과 마운틴 고츠도. 한동안 잊고 있던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날씨도 변했고 시간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달려있는 음악은 "A Little Uncanny"가 아니다)


한 주에 하나의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이 여름인데 한 달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주마다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은 것도 아니고,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심지어는 "9-1 Pascal Roge, 9-3 Nick Cave" 하는 식으로 계획까지 짰는데. 내가 원래 그렇다. 꾸준한 것이 가장 어렵더라구. 가장 최근에 쓴 글이 한창 덥던 8월 고향에 내려가면서 들은 생각의 여름에 관한 감상인데, 두 달 남짓한 사이 내가 처한 상황이 달라져서 글 쓸 엄두를 내지 못했노라고 변명해본다. 물론 SNS와 게임과 야동과 여러 잡다한 것들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매주 두 꼭지의 글도 써냈겠지. 미루기는 너무 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끼적임이라도 남겨야겠다. 불현듯 이런 자각이 찾아온 것은 아무래도 거대한 숙제들, 답답한 순간들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단한 글을 쓰겠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미완성의 거친 기록이라도 남겨야지. 좋은 음악과 연관된 기억을 마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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