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늘어렵다
밑에서 보면
늘 어렵고 막막하다.
저 위는 너무 멀어 보여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하지만
막상 가보면
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계단일 뿐이다.
한 걸음,
그다음 한 걸음.
걷는 동안에는
늘 제자리인 것 같은데
어느 해 돌아보면
나는 분명
조금 더 높은 곳에 서 있다.
닮은꼴 삼각형처럼
각은 그대로여도
밑변이 길어지면
높이도 그만큼 자란다.
삶도 그렇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여도
같은 방향으로 쌓인 시간은
결국 다른 높이를 만든다.
각을 세우면
같은 걸음으로
더 빠르게, 더 높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가파른 각만큼
미끄러지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속도보다
각도를 살핀다.
얼마나 빨리 오르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그래서 시작은 늘 반이다.
도착하지 않아도,
이미 길 위에 섰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