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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충만한삶 Oct 21. 2019

나는 누구를 닮고 싶은가

나의 롤모델을 찾아서

전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다산 정약용선생을 꼽았다. 그의 뛰어난 학식과 실력도 부러웠지만, 양반인 그가 낮은 계층의 농민이나 상인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안타까워했던 인품 덕분이기도 했다.( 그 이유가 더 크다.) 위장자로써 백성들의 고통을 덜고 더 잘 살게 하고싶은 마음에 책도 여럿 쓴 것으로 안다. 이런 인물들이 높은 자리에 많으면 좋겠으나 예나 지금이나 그렇지 못한 사실이 안타깝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직도 정약용선생이 나의 롤모델이냐 물으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의 사람이라 생각되어서 그런 것도 같다. 그리고, 나는 무척이나 그를 존경하긴 하지만 그와 같은 삶을 바라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금 고민을 해야했다. 나는 누구를 닮고 싶은거지?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멘토들이 꼭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가령 신영준박사님은 내가 참 존경하고 좋아하는 멘토이지만, 나랑은 너무 결이 다른 까닭에 닮고 싶은 생각이(사실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우선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려 한다.


엄마로써의 정체성을 가진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비교적 명확하다. 바로 여행작가인 오소희 작가님이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하쿠나마타타’, ‘엄마내공’등의 책을 낸 저자로도 유명한 작가님은 아이가 세살이 되자마자 함께 여행을 다니신 것으로도 유명하다. 호캉스나 피서지가 아닌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을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닌 작가님은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 직접 호흡하며 어울리며 여행을 다니셨다.(호캉스나 휴양여행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 여행도 때에 따라 필요하다.)그래서 그녀의 글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가득하다. 아이의 사진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이 훨씬 더 많을 정도이다.


허름한 버스를 함께 타고, 허름한 숙소에서 잠을 자고, 현지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길가다 만난 아이들과 공차기를 하는 그녀의 아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되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다만 나는 그녀처럼 아이들에게 많은 자유와 권한을 아직까진 주지 못했는데 그런면에서 더욱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써의 정체성은 이제야! (아주 뒤늦게) 만들어가는 중이다. 누구를 닮고 싶은지 이리저리 생각해봤지만 확실하게 이 사람이다 하는 건 잘 모르겠다. 유시민 작가님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거나 고영성 작가님처럼 책을 많이 읽고 사람들에게 잘 전달해주고 싶다거나 하는 막연한 생각은 있지만, 거기까지다. 내가 정말로 닮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추측컨대, 엄마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는 눈앞에 닥친 문제들로 인해 고민을 많이 해왔기에 닮고 싶은 사람도 명확히 있는 것 같은데, 일이라거나 기타 나의 고유한 삶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했기에 닮고 싶은 사람을 못 찾은 것 아닐까 싶다.


거기에 더해, 누군가의 일을 하는 자세랄까, 삶에 대한 자세랄까 그런 걸 눈앞에서 볼 기회가 적었기에 닮고 싶은 대상을 찾지 못한 것도 같다.


앞으로 내 삶의 방향성이 확고해지면 그때는 닮고 싶은 사람을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못찾으면 나 스스로 만들어가도 될 것 같다. 꼭 누굴 닮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 사실 롤모델도 설정하는거 아닐까? 심적표상이 명확해야 내가 되고 싶은 모습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대상을 못찾았다면 내 안에서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의 최고자아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도 재밌는 과정이 될 듯 하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종국에 데미안의 모습이 된 싱클레어처럼, 나 스스로 최고의 나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내 안에서 나만의 데미안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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