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의 시대가 오고 있다
2010년에 나온 전설적인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의 첫 장면에 나오는 문장이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인천 부평의 라이브 클럽 ‘루비 살롱’ 소속의 두 락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 주스를 주제로 한 영화다. 이 영화가 얼마나 전설적인 영화냐 하면. 개봉했지만, 그 누구도 개봉한 줄을 몰랐다. 지방 영화관에서는 당연히 상영하지 않았고, 심지어 당시 없는 게 없다던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전설적인 영화를 다시 한번 소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2025년에도 빌어먹을 이 나라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여. 전. 히.
2006년 우리나라는 힙합 불모지였다. 방송에 나오는 래퍼는 드렁큰 타이거,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정도였다. 아! 가장 중요한 사람을 빼먹었다. MC몽! 이런 힙합의 암흑기에 언더그라운드에서 라임 3대 천왕으로 이름을 날리던 래퍼 ‘화나’는 발칙한 상상을 한다.
그날이 오면 길거리 그 어디를 거닐든
공기를 타고 퍼지는 리듬 소리를 듣게 돼.
국내외 모두에게 크게 랩이 유행해.
그게 내 꿈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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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동네 교회 찬송가부터
각종 방송사에서 나오는 광고음악,
또 옆집 땅꼬마가 부르는 동요까지도 힙합 신드롬.
<그날이 오면 - 화나>
10년 뒤,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랩은 ‘쇼미더머니’를 시작으로 완전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래퍼들은 행사 섭외 1순위이고, 번 돈을 펑펑 쓰며 자랑한다. 이제는 초등학교 2학년 차미반, 노을이까지 랩을 한다. 대한민국에 힙합의 시대가 온 것이다.
트로트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트로트를 뽕짝이라 비웃었다. 반짝이 옷을 입은 태진아 아저씨와 송대관 아저씨. 상하이 트위스트 설운도 아저씨.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장윤정. 아모르 파티! 박연자. 하지만 <미스 트롯>의 송가연이 불러온 열풍은 <미스터 트롯>으로 그대로 이어지며 완벽한 세대교체를 해냈다. 트로트는 이제 뽕짝 리듬이 아닌 감동적인 장르가 되었다. <미스터 트롯>의 멤버들은 전국 어머니들의 폭풍 지지를 받는다. 이후 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들 모두 각자의 팬에게 사랑받고 있다. 대한민국에 트로트의 시대가 온 것이다.
힙합, 트로트. 다음은 무엇이겠는가? 그렇다. 이제 락의 차례이다. 아주 조금씩 그 조짐이 보인다. 잔나비, 데이식스의 노래가 거리에서 울려 퍼진다. 유튜브에서 만들어진 밴드 QWER은 곡이 나오는 즉시 차트를 장악한다. 조금 더 매니아틱한 실리카겔 같은 밴드들도 사랑받고 있다. 웬만한 체력으론 버티기 힘든 한여름의 락 페스티벌 티켓도 순식간에 매진이 된다.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락의 시대가 올 것인가?
온다. 락의 붐은 반드시 온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락의 기운이 다가오는 이 순간. 내 기억 속을 거쳐 간 락밴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나누고자 한다. 밴드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 모두가 크라잉넛, 노브레인처럼 살아남진 못했다. 몇몇 밴드는 소식을 알 수 없다. 그래도 락은 죽지 않는다. 영어로 Rock will never die. 그들이 음악을 관두고 일터로 돌아가도, 심지어 그들이 어딘가로 사라져도, 어디서 무얼하고 사는지 알 수 없어도, 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그들이 다시 무대에 서길 기다리며 글을 쓴다. 나를 즐겁게 해주었던 그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길 바란다.
“재호 록 알아? 록? 아. 바위 말고, 로큰롤. 재호야 지금부터 하는 아버지 얘기 잘 기억해, 어?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핑크 플로이드, 너바나, 신중현, 사랑과 평화, 부활, 시나위, 들국화, 산울림, 재호 꼭 들어, 꼭 들어야 돼. 재호, 알았지?”
-영화 <즐거운 인생>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