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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take my bucket list

맥거핀

by 비둘기

운전을 주로 아내가 한다. 나는 조수석에 탈 때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내가 나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 차에선 주로 아내의 노래를 듣는다. 처음엔 대부분 모르는 노래였는데, 계속 듣다 보니 익숙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제목도, 가수도 모르는 노래들이 많다. 듣다가 좋은 노래가 있으면 아내에게 노래 제목을 묻는다.

그날도 그랬다. 그저 흘러가던 수많은 음악 중 내 귀를 사로잡는 음악이 나왔다. 사운드가 세련됐고, 보컬의 목소리도 독특했다.


https://youtu.be/BEtOfRZLIHw?si=EOODiPEdRPjG0WtP

출처: Mnet TV 유튜브 채널

언젠가 그대게 내게 두고 간

수첩을 손에 들었어

왜일까 생각보다

같이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은 걸

<BUCKET LIST - 맥거핀(MGFF)>



아내에게 물었다.

“이 노래 제목이 뭐야?”

-Bucket list

“가수는?”

-맥거핀

“뭐라고? 맥머핀?”

-아니. 맥거핀이라고!

“아… 맥거핀.”

-너는 이 노래 나올 때마다 물어보더라. 벌써 세 번째야!



내가 이 노래 제목을 세 번이나 물어봤다고? 어쩐지 노래가 귀에 쏙쏙 박히더라…. 집에 오자마자 그날 일화를 블로그에 적었다. 다시는 그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었다. 맥거핀, 그리고 Bucket list. 이제 완벽히 외웠다.



아무도 오지 않던 기록용 블로그였다. 그곳에 처음으로 댓글이 달렸다. 누구지? 놀란 마음으로 확인했다.

-맥거핀 11월에 롤링홀 공연 있어요. 보러 오세요.

처음 받아 본 댓글에 뭐라 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공연을 보러 가겠다고 해야 할까? 섣부른 약속은 하고 싶지 않았다. 고민 끝에 간단히 답했다.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몇 분 뒤 새로운 댓글이 또 달렸다. 처음 댓글을 남긴 분이었다.

-라이브가 더 좋아요.

아직 답도 하지 못했는데, 또 다시 댓글이 달렸다.

-인스타그램 팔로우하시면 공연정보 올라와요.

이젠 답글을 달아주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언제 한 번 꼭 보러 가겠습니다.”

1분 정도 뒤에 마지막 댓글이 달렸다.

-너무 실력 있는 밴드인데 뜨질 않아서 속상하네요.

“저도 한 곡 듣고 바로 팬 됐습니다. 실력 있는 밴드니까 분명 뜰 겁니다.”

라고 썼다가 지웠다. 실력은 있지만 뜨지 못한 수많은 밴드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답글은 달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를 알리고 싶은 마음. 한때 나도 가졌던, 어쩌면 여전히 가지고 있는 그 마음이 느껴졌다. 맥거핀, 그들은 알까? 누군가는 맥거핀의 노래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길 바란다는 걸. 맥거핀의 노래가 더 많은 곳에 울려 퍼지길 바란다는 걸. 맥거핀의 공연장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길 바란다는 걸. 그래서 맥거핀이 좀 더 즐겁게 공연하길 바란다는 걸.



아무도 오지 않는 내 블로그에 찾아와주신 그분의 버킷리스트가 꼭 이뤄지길 소망한다.



Wanna go higher wanna go higher

You can take my bucket list

Wanna go higher wanna go higher

You can take my bucket list

<BUCKET LIST – 맥거핀(MGFF)>




<비둘기 추천 맥거핀(MGFF) 플레이 리스트>

1. Bucket List

2. Zigzag

3. Hokkaido

4. 이 밤에

5. Disco (I don’t mind)

6. Abduvida

7. Black water

8. 두리번

9. 핑

10. High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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