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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May 23. 2019

뉴요커 탄생

일상인으로 살기




졸업을 앞두고 차마고도를 누비며 취업을 기원했던 그가 그 어렵다는 뉴욕에 원하는 직장을 졸업과 함께 얻게 되어 이 도시와 인연이 좀 더 길어지게 되었다.

새로운 뉴요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지구 반대편 너머로 시차 비행을 한다.


어미의 바다 같은 마음이 없었다면 자라며 겪어온 수많은 경험들은 치유하기 힘든 상처로만 남기 쉬웠을 것이다.  

날개를 달아준 그 깊은 사랑에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뉴욕은 이제 타국의 낯선 도시에서 가족이 사는 친숙한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일상인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관심은 역시 날씨, 교통, 치안, 생필품 구입,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하는 이웃이다.


이곳은 서울보다 조금 높은 위도상에 위치하여 북극 대륙의 기후에 민감할 터이고 동시에 대서양을 향한 항구를 끼고 있어 대륙성 기후와 해양기후가 만나는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기후 환경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도착한 5월의 중반에도 경량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인구는 서울보다 작은 면적의 땅에 8백만이 넘는 거주자와 관광객을 합쳐 족히 천만쯤 되는 사람들이 조밀하게 살고 있으니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뉴욕이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미국식 자본주의의 꽃이라면 가깝게 동양에서는 일본의 동경보다는 중국의 상해를 떠올리게 된다.

거대 자본과 소비의 상징인 명품거리로 유명한 5번가의 첨단 패션을 비롯한 도시문화는 이들의 현재성과 미래를 품은 많은 대학에게 풍성한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동서양,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하며 쉼 없이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드는 이 도시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현재에 충실한 곳이 아닐까?


관광객이 몰리는 5번가나 타임스퀘어보다는 금요일 오후 장마당이 열리는 유니언스퀘어로 발길이 간다.


혼자 걷는 사람,

친구처럼 보이는 사람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유모차를 끄는 사람,

반려견과 함께 걷는 사람,


이들의 표정 없는 얼굴은 이 도시에서의 녹녹지 않은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남자일까? 여자일까? 상관없는 듯...

친구... 동행자, 동반자?

왠지 닮았다

역시, 남다른 노익장의 패션감각



어딜 가도 맨해튼은 공사 중이다.

건물들은 옷을 갈아입고 도로는 상하수도 공사에 여념이 없다.

보도에 공사 막이와 철재 보조물은 이미 도시의 일부가 되어있다.

끊임없이 뱀이 껍질을 벗듯 새로 태어나고 있다.  



성큼성큼 씩씩한 걸음걸이는 뉴요커 스타일인가 보다.

참 바쁘다.


도시를 걷다 보면 의외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곳곳에 많이 보인다. 공사장을 가리기 위해 마련한 벽에 붙어있는 종이 포스터나 건물을 장식한 광고도 디지털 영상뿐 아니라 여전히 수작업한 광고도 있다.



이도시의 또 다른 매력은 건물 외관에 설치된 철제 사다리들이 연출한 풍경이다.

소방법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오래된 건물이 생존하는 모습이 도시의 개성 있는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장식적이면서 묘한 조형적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다.

건물 색상과 맞춘 감각적인 사다리 색상이 멋지다.



도시건축가들이 많은 공원과 나무를 심은 덕일까?

하루 종일 입은 셔츠의 목덜미가 여전히 깨끗한 걸 보면 강력한 환경정책이 먹히고 있나 보다.  

숨 막히는 미세먼지의 서울을 생각하면 부럽다.


나름대로 좁은 공간에 전 세계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문화를 갖고 크고 작은 다툼이 있더라도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어떡하든 서로 포용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곳곳에 지키고 있는 NYPD는 편파적인 오명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역할에 일익을 감당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나 집 없이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도시에 있다.

그래도 그들에게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있어 한결 덜 외로워 보인다.  


장마당 유기농 토마토의 다양한 색상과 크기가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들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낯설고 거칠어 보이는 도시에 딸이 학생에서 새로운 생활인으로 도전을 하게 되니 마음은 이미 반쯤 뉴요커가 되어버렸다. 참으로 애 많이 썼다. 축하한다. 어디나 사는 곳이 고향이 될 순 있지만 이들 속에서 건강하고 사이좋게 잘 지내다 때가 되어 무사히 돌아오길 조심스레 바랄 뿐이다.



이제 나도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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