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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 람 Jul 16. 2023

비 오면 오는 대로

7월 북한강 우중 라이딩



운길산역에서 출발하여 춘천방향으로 북한강 자전거길을 가는 것이 7월 정모 일정이다. 일기예보는 비 올 확률을 오전 60% 오후 40% 정도 예상하고 있다. 일단 자전거를 가지고 운길산역에서 만나 일정을 결정하기로 했다.

운길산역으로 가는 길은 비 오는 덕에 한산하고 여유로웠다. 팔당댐을 방류하고 있어 한강수위는 곳곳에 자전거길을 폐쇄할 만큼 가득 차 오르고 있다. 하지만 북한강유역은 그렇게 위협적인 수위는 아니다.

멀리 하늘 가득 낮게 깔린 비구름이 산을 어루만지면 산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운무를 피워 올린다.

하늘과 산, 강이 하나 되는 아침이다.


운길산역에 도착해서는 빗방울이 몇 방울 떨어지는데,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며칠간 내렸던 비 덕분인지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은 더없이 맑고 상쾌하다. 이름 모를 나무들의 그윽한 향기와 풋풋한 풀내음이 도시의 시름을 모두 날려버리는 것 같다. 출발 전 잠시 염려했던 마음은 후드득 빗방울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즐기리라.


풍광 좋기로 유명한 물의 정원 곳곳에 뒤뚱뒤뚱 쪼르르 줄지어 몰려다니는 오리가족의 바쁜 발걸음이 절로 웃음 짓게 한다. 주말아침 정원 가득한 물안개와 낮은 구름의 아름다운 군무를 바라보는 호사를 우리만 독차지하고 있다. 비가 주는 선물이다.

어깨, 팔통증으로 참가하지 못한 윤교수의 빈자리가 아쉽다. 약방의 감초처럼 실없는 농담으로 늘 우리를 웃게 하는 그의 존재가 그립다.



얼마를 달리지 않아 가볍게 오던 빗방울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우의를 입은 상태라 체온을 유지하는데 별문제가 없어 온몸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신나는 타악기 연주가 되어 잊힌 동심을 일깨운다.

언제 이렇게 비를 맞고 다녔던가! 어릴 적 기억으로 돌아가 빗속을 마냥 달린다. 온몸이 흠뻑 젖어도 즐겁다.

홀로 갔다면 아마도 비피하기 급급했을 게다. 좋은 벗들과 함께하니 놀이가 되었다.

빗줄기도 강해지고 출출하던 참에 조그만 식당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판을 따라 600m 오솔길을 굽이굽이 찾아간 호젓한 식당에서 밝게 미소 띤 사장님이 종이타월을 건네주시며 우릴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다. 주섬주섬 자리 잡고 앉아 내주신 밑반찬 중 깍두기를 맛보는데 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아련히 느껴진다. 음식의 놀라운 힘이다. 자연적인 감칠맛과 아삭아삭 무맛이 일품이다. 직접 담근 장과 가꾼 채소로 음식을 하신단다. 여느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에 감탄을 하다 보니 경기도 무슨 음식대회에서 1등을 하셨다고 자랑하신다. 추천해 주신 메인음식인 전골도 원재료의 담백하고 순한 맛을 그대로 살려 먹는 내내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내오신 음식을 모두 바닥까지 비우면서 우리는 주인장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음식에 소박하면서 진심을 담는 식당을 우연히 찾아간 우리의 행운을 자축했다.


배도 불러오고 비도 잦아들었으니 이제 대자연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문득 며칠 전 새로 시작한 넷플릭스의 뚜르드프랑스 장면이 떠오른다. 무서운 속도로 경쟁적으로 달리는 모습은 한편 부담스러웠지만 아름다운 프랑스 전역을 자전거로 함께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도 대자연을 자전거와 함께 만끽하고 있다.

거리에도 속도에도 욕심이 없다. 자전거로 함께하는 즐거운 친구들과 아름다운 자연이면 족하다.


그럴수록 함께하지 못한 한 친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니 기쁨이 배가 된다.

더없이 소중한 순간들이다.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솟아난다.


알렐루야~


그리고

오늘은 함께하지 못한 친구를 그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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