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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운 Sep 26. 2021

대나무숲의 잡초들

혐오

대나무숲의 잡초들은 햇빛을 못 받아서

항상 불만에 차 있다

태어날 때부터는 대나무랑 비슷하더니

이내 키가 훌쩍하고 차이가 나면서부터는

상대도 안 된다, 상대도 안 해준다


타고난 부조리는 파리떼와 구더기들을 불러들인다

되다 만 것들이 모인 그곳에서 악취는

불평을 먹고 자라난다 한트럭 음식을 먹고는

한트럭 똥을, 한트럭 대나무 밑동을 갉아먹고서는

한트럭 잡초를 낳는다 가족사진은 환경 공해를

박제한 액자, 퉷퉷 번식벌레,

구데기들의 번식력은 제일 뛰어나다


잡초 따위가 감히 대나무를 꺾을 수 있을 리가

대나무를 꺾는 것은 인간의 도끼질이다

순이가 인간에게 당하자

잡초더미들은 군홧발 아래서

처음으로 그 악취나는 입을 처닫고는

숨을 죽인다 ‘못나게 태어나서 감사합니다’


휑해진 고원에 슬며시 비추는 광휘에

실패한 노동자의 유전자 속에도 한 줄기 의미가 발명된다

잡초만 무성한 텃밭에 울려퍼지는 승리의 환호성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진리, 잠시 지나가는 터럭의 빛


쓸모없어진 도원에는 인간의 화염방사기가 들어온다

피해는 늘어가는데 공해는 줄어가는 아이러니

진실은 항상 뒤늦게 드러난다

반쯤 잘린 대나무 밑동을 부여잡고

잡초들이 웅크려서 저항한들, 잡초 따위가 감히 인간을

꺾을 수 있을 리가


타고난 부조리는 파리떼와 구더기들을 불러들인다

되다 만 인간드리 모인 그곳에서 악취는

불평을 먹고 자란다 한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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