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외모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하여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서 외모에 대해 평가받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난생처음으로 나를 처음 본 사람에게 가장 많은 외모 지적을 받았던 때는 유튜버로 활동했을 때다. 약 3년 간 회사 입사동기와 함께 출연하는 채널이었는데, 구독자가 적을 땐 한 달에 한 번 달리던 외모 지적 댓글이 구독자가 느는 속도에 비례하게 많아졌다. 거울 좀 보라는 둥. 클로즈업하지 말라는 둥. 이런 창의적인 지적글은 대놓고 '못생겼어요'라는 말보다 몇 배 더 오묘하게 괴롭다. 이런 악플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던 어느 날엔, 하루 종일 회사일에 집중이 안 돼서 갑자기 피부과를 예약하기도 했다. 볼살을 줄여준다는 100만 원 훌쩍 넘는 시술을 예약한 것이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반대로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서 외모 이야기를 듣는 건 어떨까? 내가 믿고 의지했던 친구에게 듣는 말은 타격이 크고 오래간다. 평소 자주 만나서 내 모습이 눈에 익은 사람은 내가 조금만 살이 찌거나 피부가 타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알아차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걸 굳이 굳이 입 밖으로 꺼내는 거다.
내가 존경하는 한 선배는 내가 프라하에서 3개월을 쉬다 돌아왔을 때 "누구세요?"라는 말로 놀렸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는데 진동벨이 울려 선배가 커피를 가져오겠다고 일어났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뱉은 첫마디는 이랬다. "야, 마주 보고 있을 땐 몰랐는데 저~기서 너 앉아있는 거 보니까 다리가 엄청 두꺼워졌네"하며 양손으로 허벅지를 움켜쥐는 듯한 시늉을 했다. 나는 멋쩍어 웃었다. 웃는 게 아니었다. 자기 관리가 워낙 투철한 선배라 그런 말을 할만한 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말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이 힘든 한국사회에서 눈치를 보게 만드는 한 마디는 솔직히 최악이다. 여자들은 타인의 시선에 민감해서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나로 예로 들면, 프라하에 있을 때 너무 잘 먹고 지내서 몸무게 앞자리가 바뀐 적이 있다. 그때 난 난생처음 보는 몸무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얼마나 충격이고 심란했으면 뒤룩뒤룩 살이 쪄서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처럼 스스로 이미 자기 관리에 대한 기준이 있는 사람에게 티끌처럼 작은 말이라도 외모에 대한 평가는 조용한 수류탄을 던지는 일과 같다.
내가 새롭게 시도한 헤어스타일을 보고 "남자들은 이런 머리 안 좋아하는데-"라고 말한다든지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고 "얼굴이 왜 이렇게 초췌해"혹은 "얼굴이 왜 이렇게 탔어"라고 한다든지. 그런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면 듣는 이가 뭐라고 생각할까에 대한 걱정이나 초조 따위는 없다. 오로지 자기만의 기준 자를 나에게 재보고 좀 안 맞네?하고 혼잣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가까운 지인들을 만날 때 내가 알던 모습과 다른 지점이 보이면 흠칫 놀란다. 하지만 단순히 내가 놀라고 끝날 일이라면 상대에게 입 밖으로 알리지 않는다. 살이 쪘든, 피부가 뒤집어졌든, 내가 좋아하는 상대는 그런 걸로 가치가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살이 쪘건, 탔건 뽀글이 파마를 하건 그런 모습조차 '귀엽고 너답다'며 달라진 모습을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봐준다. 사실 히피펌을 처음 했을 때 너무 개그우먼처럼 되어서 의기소침했는데, 이런 내 모습을 본 10년 지기 친구는 귀엽다며 연신 웃었다. 다른 친구는 내 얼굴에 갑자기 늘어난 주근깨를 보고 "언니 주근깨 메이크업 한 거예요?"라고 했다. "메이크업이 아니라 내 주근깨야... 하하"라고 했을 땐 동그래진 눈으로 "진짜? 메이크업인 줄 알았어, 잘 어울린다!"라며 생글생글 웃었다.
같은 외모 이야기인데,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본인의 기준에 맞지 않거나 어색해서 '너 달라졌네?' 하고 평가로만 끝나는 말은 차라리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 반대로 본인의 기준이란 걸 애초에 내세우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의 바라봐주는 사람이야말로 오래오래 함께해야하는 소중한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