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내가 만난 공간들

호텔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숙소들(크로아티아)

by 시우

여행을 할 때 고려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숙박할 곳이다. 때론 어떤 곳에서 자고 머물렀느냐에 따라 여행의 빛깔이 정해지기도 한다.

호텔은 아무리 좋은 곳에 머물러도 실제 생활과는 유리되고, 집이 아닌 방에만 머물렀다 가는 갑갑함이 있다. 그래서 늦게 도착해서 잠만 자고 떠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행할 곳의 아파트나 집을 임대하게 된다.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 에어비엔비나 기타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고 있어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원래 의미는 숙소와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인 B&B(Bed & Breakfast)가 요즘은 여행자에게 방뿐만 아리나 살림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곳도 많이 있다. 또 따지자면 이런 민박집은 체인 호텔 같은 거대 자본에 흘러가는 돈이 아니라 현지인에게 그 수익이 직접 전해져서 공정여행에도 나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여행의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관광보다는 현지인처럼 살아보며 그곳 사람의 문화와 일상을 체험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현지의 집 임대는 내게 꼭 맞는 숙소다. 물론 예약할 때 꼼꼼한 검색이 필요하고 혼자보다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여행에 더 어울리지만.


게스트와 연락할 때부터 현지의 여행은 시작된다. 대부분의 호스트는 게스트를 직접 맞아서 열쇠를 건네며 집 안 곳곳을 안내한다. 집안 각종 기기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하루 정도의 무료 버스표를 건네며 현지 정보를 준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등록된 여러 숙소를 총괄하는 프런트 오피스가 있어 대행하기도 하고 열쇠를 일정한 장소에 두고 문 앞에서 그 정보를 정해진 루트를 통해 알려주는 호스트도 있다.

여행지에서 내가 묵은 곳곳의 비엔비는 그곳 풍광과 더불어 그곳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 만난 비앤비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 만난 게스트하우스는 위치가 기막혔다. 마치 중세시대 같은 고풍스런 좁은 골목에 들어서서 내가 예약한 비엔비를 찾을 때는 '이거 잘못 고른 건가?'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다. 안내에 따라 건물 입구의 문을 찾아 열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돌계단을 가방을 들고 힘겹게 3층으로 오를 때까지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를 알 수 없는 오래된 건물내의 아파트인 우리 방에 들어섰을 때는 방금 전까지 했던 우중충한 생각은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방 2개에 주방 겸 식탁이 놓인 거실과 그곳에서 보는 창밖 풍경과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게 꾸민 실내, 널찍한 욕실은 아까 했던 생각에 미안함을 가지게 했다. 게다가 바로 그 골목 주위에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과 새벽 시장 그리고 그 근처의 수산물이 모이는 어시장이 있어서 그곳의 분위기를 맘껏 느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새벽에만 잠깐 열리는 스플리트의 어시장


어시장 근처에 새벽에 문을 여는 빵집의 빵도 일미였다. 이곳을 거점으로 새벽 시장에서 장을 봐서 밥해먹고 산책하듯 다니다가 들어서는 까페, 식후에 어슬렁어슬렁 걸어 가까운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의 새벽과 저녁, 늦은 밤의 풍광을 골목골목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집 골목을 벗어나 조금 떨어진 뒷산에 오르면 스플리트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등산로가 있었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관광객의 눈을 떠나 여행자로서 살며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맛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서 만난 새벽 시장


스플리트에서 쾌속정으로 약 한 시간 남짓 떨어진 흐바르 섬. 이곳의 비앤비는 전망이 좋으니 기대해도 좋다는 말을 도착 전 딸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니 계단을 오를 때 힘든 것은 좀 감안하라는 이야기. 배에서 내리자마자 내가 올라야 할 계단이 보였다. 목이 뒤로 꺾일 정도였다.


흐바르섬의 비앤비에서 만난 풍경

아무리 짐을 적게 챙겨 다녀도 장기 여행에서의 가방은 만만치 않다. 몇 번을 쉬며 겨우 오른 곳에 자리한 붉은 지붕의 아담한 별장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호스트인 노신사의 유쾌한 환대는 힘들게 올라간 보람이 있었다. '그래 이런 것을 별장이라고 부르지' 싶은 격조 있게 꾸며진 실내와 거실서 내다보이는 툭트인 아드리아해의 푸른 정경은 우리 세 식구만 즐기기에는 아까웠다. 맥주를 마시며 석양과 저물어 밤으로 변하는 하늘을 즐기다가 '여럿이 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싶은 맘이 들었다. 돌아다닐 것 없이 여기서만 있어도 좋을 듯했다.

호텔은 며칠을 묵어도 그저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지지만 내 집처럼 모든 것이 갖추어진 민박 숙소는 마치 내 집에 있는듯한 안정감을 준다. 하루를 묵든 일주일을 묵든지.


그러나 여행이란 여기저기 보고 즐기고 겪어보는 맛이 있으니 아무리 집이 좋아도 그 안에서만 머무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우리의 바람대로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 고성에서 버스로 10분 남짓 떨어진 라파드 쪽의 리조트에 묵었다. 대가족이 묵어도 될 것 같은 너른 리조트는 바다와 산, 그리고 아담한 바닷가 마을을 끼고 있었다.

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두브로브니크 고성 안 보다 이쪽은 모든 물가가 훨씬 쌌다. 게다가 모든 게 느긋하고 넉넉했다. 온종일 각국 인파로 북적이는 고성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서 저녁에는 현지 마켓에서 봐온 이곳의 식자재로 저녁을 지어먹는 일상의 넉넉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어디를 가나 현지 마켓은 그네들 물가 수준이라서 비싸지 않다. 난 두브로브니크 고성 안의 숙소보다는 새벽 6시 반에 갓 구운 빵을 살 수 있는 현지 빵집과 바닷가 마을길이 있고 저녁이 오면 하나 둘 불이 밝혀지는 해안가 마을을 바라다볼 수 있는 이곳이 훨씬 좋았다. 우리 어렸을 적 여름의 저녁처럼 제비가 지저귀는 곳, 리조트 근처의 바닷가 풍광, 해안가 2시간 남짓한 둘레 길이 내 인상에는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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