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아파트나 도로로 둘러싸인 곳이다 보니 푸르름이 그리웠다. 산행에 나서는 남편을 일단 따라나섰다.
산 밑 주차장을 지나, 산 초입의 마을까지는 왔으나 더는 무리 같아 난 거기서 멈췄다. 마침 그곳은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마을 모정이 있었다. 나무 아래 그늘에선 동네 아낙들이 텃밭에서 거둬온 푸성귀를 팔고 있었다. 상추, 걷어낸 호박순과 호박잎, 계란만 한 아기호박을 샀다. 엄마가 톱톱한 뜨물에 된장기를 해서 거둔 호박순이랑 호박을 부셔 넣어 끓여준 들큰한 된장국이 생각나서 한 무더기를 사고 바로 옆 자리의 할머니에게 아침에 끓였다는 난들난들한 묵도 한 모 샀다. 연한 열무가 있어 사려고 했더니 이미 팔린 거란다. 등산하고 내려오며 가져갈 것이라고. 이삼일 후에 더 솎을 게 있으니 그때 사가란다.
반질반질 마루에 윤이 난 모정에 앉아 앞 풍경을 그렸다. 감나무는 마지막 단맛을 들이는 듯 잎도 감도 윤이 났다. 파란 망을 둘러친 텃밭은 푸성귀가 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난 무심히 앉아 그림에 빠져있는데
"커피 자실라요? 묻는 아주머니. 아까 호박잎을 팔던 이다.
모정 옆에 미니 컨테이너가 있었는데 그곳이 동네 쉼터라 안에 싱크대며 간단한 주방도구가 있어 차도 끓이는 공간이란다.
따끈한 커피 종이컵을 들고 그들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아줌마들이 나누거나 들어줄 이야기는 많다. 올여름은 너무 더워 호박이 잘 열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부터 앞의 음식점이 내내 잘하던 멸치국수를 안 팔고 갈치조림으로 메뉴를 바꿔 아쉽다느니 등등. 도중에 하도 자주 산을 다니며 이 동네를 지나다 보니 동네 사정에 빠삭한 박학다식(?)한 아저씨까지 거들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열기를 들어낸 볕은 찬란하고 바람은 선들선들 불어 느긋한 게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