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

4차 항암 후에 생긴 일 (1)

by 시우

퇴원 후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담당 교수님은 면역치료 같은 것은 별 효과 없다고 일언지하에 잘랐다. 그러나 평소 면역치료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받는 치료에 방해되지는 않는다고 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번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늘 나에게 매어있는 가족들에게 조금은 쉴 틈을 주고 싶었다. 마침 집 바로 앞에 있는 곳이라 집에 오가기도 쉽다 싶어 편하게 결정했다.


중년 아줌마들 하는 말에 이런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한국 남편들은 병에 걸리면 아내들이 온갖 수발을 다 해서 살려내지만 정작 아내들이 아프면 수발해 주는 이가 없어 굻어죽는다는. 가만히 실상을 보니 그 말이 그저 웃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내 밥뿐 아니라 식구들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요양병원은 필요하겠구나 생각한다.


병실은 4인실로 일반 병원과 다름없어 쾌적했다. 옆 환자도 별 문제없었고 다른 감염요인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식사는 나름 잘 나온다 해도 내 입맛에 맞출 수 없으니 거의 먹기 힘들었다. 가까운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으로 보충했다. 내 병실은 말이 4인실이지 2명이서 쓰고 있었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미슬토 요법과 싸이모신 주사를 맞기로 했다. 낮에는 외출해서 전처럼 산책도 다니며 보내던 중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5도.


전에도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으며 하루 정도 버티다 보면 가라앉기도 해서 기다려봤으나 이번에는 좀 달랐다. 병원에 물어보니 암환자들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 좀 참고 지내면 나을 거라고 해서 해열제 처방만 받고 하루를 더 기다려봤다. 벌써 3일째 고열 그러나 열은 전혀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주치의라는 분도 와서는 몇 가지 약이 믹스된 수액 용량만 늘릴 뿐이었다. 패혈증이 걱정된다는 내 말에 요양병원 특성상 항생제 처방을 하기는 현재 상태로는 곤란하단다. 게다가 이곳은 환자들이 편히 쉬는 곳이지 치료를 위한 곳이 아니라는 말에 나로서는 기가 막혔다. 열은 39도 가까이 나고 혈압은 80 이하로 떨어졌다. 다급해진 나는 그대로만 있을 수는 없어 궁여지책으로 혈액검사를 부탁했고 호중구 수치가 낮은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 지난번에 주치의한테 받아온 치료 의뢰서가 있어서 제출하고 기본 검사를 하고서도 붐비는 응급실 침대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난 후인지 응급의학과 과장님이 와서 음압실이 아닌 양압실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더니 내 침대는 곧 코로나 때 TV 화면으로나 보던 그런 격리 병실로 들어갔다. 서둘러 수액을 달고 정맥혈 동맥혈 채혈을 하고 모니터를 연결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혈액종양내과 과장님이 와서는 항생제를 두배로 쓸 것이라는 말을 하고 갔다. 한참 후에 호중구 촉진제를 맞았다. 오늘은 여기서 보내고 내일쯤 혈액종양 내과로 올라갈 거란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날 내 호중구 수치는 230이었다. 축구에서라면 골키퍼가 거의 나자빠져있는 상태. 아주 시원찮은 병균이 공격을 해도 쉽게 패혈증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열이 나고 있으니 이미 그런 상태로 가고 있다고 봐도 될 상황이었다. 그 요양병원이 시키는대로 3일 넘도록 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면 어땠을지 생각하면 아찔하다.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 바로 응급실로 가라는 지침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딸이 곁을 지키는 응급실의 밤은 참으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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