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항암을 하다 (1)

장기 입원에 대비하다.

by 시우



이번에는 입원실 배정 문자를 받고 나서 좀 늦은 오전 KTX로 상경했다. 최소 1주일 입원할 계획을 세워 엔커버도 미숫가루도 넉넉히 챙기니 가방이 제법 무겁다. 걷는데 다리가 헛헛하다. 상경길은 곁에 늘 딸이 있어 든든하다.


병실 배정을 받고 이젠 익숙해진 모든 절차나 검사를 마치고 입원 첫날을 보냈다.


입원 2일째


아침 회진 때 너무 기력이 없어 항암이 걱정이라는 말에 항암 후 기력 회복해서 퇴원하라는 말을 들었다. 항암제 감량은 없단다. "우린 목표가 있으니까요." 담당의가 말한다. 오후 2시 예정대로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해서 8시경에 끝났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기운이 없다. 점심으로 곰국인지 설렁탕인지가 나와 처음으로 밥을 다 먹었다. 이 국은 쓰지가 않았다. 이제 잘 먹고 기운차려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집에 가야지. 그리고 회복해서 마지막 항암도 마쳐야지 싶다. 이제 마지막 1번의 항암이 남았다.


입원 3일째


4인실인데 내 주위의 침대 2개 환자들이 죄다 재발해서 온 분들이다. 아침 회진 때 유일하게 병상 커튼을 죄다 걷어 젖히고 있을 때 담당의와 하는 이야기, 환자 휴게실서 마주쳐서 이야기 나누다가 듣는 이야기로 미루어 짐작하거나 알게 된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생각이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하며 살뿐이다. 나머지는 내가 무엇을 하겠는가 그저 죄다 내려놓고 기다릴 뿐.

옆 침대분이 커다란 소리로 전화를 하도 자주 해서 좀 거슬렸다. 그것도 외국어로. 대부분은 길어질 통화면 밖에 나가거나 아니면 소곤소곤 전화를 받는데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포분인데 치료 중에 비자가 만료되어 복잡한가 보다. 얼마나 애가 탔을지 짐작된다. 모두들 나름의 사정으로 치료에 임한다. 그분도 오늘 퇴원했다. 비자 건이 잘 풀려 끝까지 치료받고 완치하기를 바란다.


입원 4일째

예전 같으면 퇴원하는 날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몸을 추스르고 퇴원하라는 담당의 말도 있었겠다 지난번 같은 고열로 또 응급실 신세를 지는 게 두려워 좀 더 지내다 나가고 싶다.

변비 같은 문제는 흔히 생긴다. 나도 초기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음식과 약의 도움으로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변비가 심하게 왔지만 그럭저럭 해결했다. 내 전공이 변비 해결 정도밖에 도움이 안 되는구나 싶어 쓴웃음이 났다.


입원 5일째

오전에 호중구 촉진제를 맞았고 오후에 적혈구 2팩을 맞았다. 입원해서 바로 2팩을 맞아서 적혈구 수치가 10 이상으로 올라갔었는데 다시 8.8로 떨어진 것이다. 5일 사이에 수혈을 4팩 한 것이다. 헌혈해 준 누군가가 참 고마웠다. 난 단 한 번도 헌혈을 한 적이 없는데.


입원 6일째

새벽 3시에 깨어 잠들지 못했다. 얼굴이 푸석푸석한 느낌. 부기가 빠지지 않아 아침에 이뇨제를 맞았다. 혈액 검사 수치가 좋아 일단은 퇴원 오더가 났단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지만 왠지 불안해서 조금 더 지켜보고 나가고 싶다고 재차 말했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 오전에 혈소판 한 팩을 맞았다. 환자들은 혈소판을 노란 피, 적혈구를 빨간 피로 부르고 있었다.


입원 7일째

아침 회진 때 퇴원 이야기가 나오길래 늘 항암 후 7~9일경에 열이 났다고 말하니 그럼 조금 더 있다가 8일째 상태 봐서 퇴원하자고 한다. 병원이 갑갑하기는 해도 여기 머무는 게 제일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까지 각종 혈액 수치는 좋다. 희망을 가지고 이틀 후 기차표를 예매해 둔다.

혈소판 수치가 낮다고 다시 노란 피를 맞았다.

오후 들어 내가 좋아하는 비가 오니 참 좋다.


입원 8일째

호중구 수치가 뚝 떨어졌다. 내일 퇴원을 힘들겠다 싶으니 어제 퇴원해서 집에서 푹 쉬고 잘 먹었다면 좀 나았을까 싶은 마음까지 든다. 혈소판을 또 맞았다.

우울하다.


입원 9일째

오늘 퇴원하고 싶었지만 호중구 수치가 너무 낮아 더 두고 봐야 한단다. 새벽에 38도의 열이 났고 지금도 열이 오락가락이다. 또 그라신(호중구 단기 촉진제)을 맞았다. 채혈을 3번이나 해간다. 병균 배양을 위해서는 케모포트 혈액이 아니라 직접 팔에서 채혈을 한다. 병균 반응 검사가 추가된 것이다.

밥은 안 넘어가 잘 못 먹고 준비해 온 보조 식품도 동이 났다. 이렇게 긴 입원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못했다. 저녁에 해열진통제 주사 맞고 잠이 들었다.


입원 10일째


깨어보니 옷이 모두 축축하다. 두통에 열이 다시 시작된다. 새벽에 일어나 X-ray 찍고 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오전에 호중구 촉진제 또 맞음.

우측 팔이 움직이면 아프고 힘이 빠져 밥 수저 들기도 힘들다. 회진 때 말해서 X-ray도 찍고 정형외과 진료를 봤는데 아마도 단순한 근육 염증일 가능성이 높단다. 온찜질하라고 하고 소염진통제 처방을 받았다.

저녁에도 열이 나서 자기 전 해열제 주사 맞음. 열이 떨어져야 집에 갈 수 있는데... 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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