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항암을 끝내고.
아침에 늘 그날의 간단한 혈액검사표를 전달받는다. 주로 새벽 4시 반이면 어김없이 체중을 재고 이후에 채혈을 하는 게 일상인데 새벽에 한 혈액 검사 결과는 아침 회진 전까지 나와있다. 나는 병원 앱을 깔아서 거기에 아침마다 올라오는 내 전체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AI에게 어제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재차 확인한다. 오늘은 호중구가 2000 이상으로 올랐고 백혈구 수치도 높아졌다. 그러나 어제오늘 계속 미열과 두통이 있어 해열진통제를 먹고 있는 상태라 불안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퇴원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 두렵다.
입원 13일째
광복 80주년이라고 서울 전역이 축제 분위기다. 나도 물론 기쁘다. 그러나 내 관심은 오로지 오늘 열이 날지 말지에 쏠려있다. 저녁까지 열은 안 났다. 내일 아침까지 열이 안 난다면 퇴원이다. 그 기쁜 항암 종료. 그러나 재발해서 재입원한 많은 환자들을 보자니 마음이 무겁다. 물론 더 많은 수의 환자들은 완치해서 이곳을 다시는 찾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입원 중에는 치료 중이거나 재발한 환자들만 보게 되다 보니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배가 되는 것 같다. 골수 이식을 위해 기다리는 젊은 환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맘 속으로 간절히 기원하게 된다. 저들의 모든 치료가 완치로 이어지기를.
확실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병이라 재발 방지 방법도 뚜렷한 것은 없다. 다들 나름대로 얼마나 조심 또 조심을 했겠는가. 인터넷에 별의별 극복기나 좋은 음식 등등이 나오지만 뚜렷한 것은 없다. OOO 해서 나은 것이 아니라 나으니 OOO 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가장 기본적인 것, 즉 즐겁게 생활하고 신선하고 균형 잡힌 먹거리 적당한 운동 등등... 이 밖에 무슨 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다.
입원 14일째
열 없이 푹 자고 새벽에 깨어났다. 오늘 퇴원이다. 2주 만의 퇴원.
내가 오늘 퇴원한다고 알리자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두들 축하한다며 기뻐한다. 정작 본인인 나는 그리 홀가분하지만은 않은데 말이다. 딸이 퇴원길에 동행하겠다며 서울로 올라왔다. 이거 저거 정리하고 다시 가방을 꾸리고 같은 병실 환우들에게 인사하고 그들의 배웅을 받으며 병동을 나섰다. 나를 포함 저들도 다시는 이 병동에 올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딸이랑 KTX를 타고 내려오는 길, 차창으로는 늦여름 햇살을 받으며 푸르게 자라는 벼로 가득 찬 들판이 보인다. 모든 게 푸르고 싱싱하다. 맑은 햇살 아래 모두가 생명으로 활발하다. 저 푸른 생명력으로 모든 환자들이 다 나아 사랑하는 사람들 품으로 돌아가 일상으로 회복하기를 다시 한번 간절하게 기원했다.
1주일 후 다시 병원에 최종 검사를 확인하러 와야 한다. 아직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