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항암을 하다 (1)

병상 일지

by 시우





다시 상경해서 입원.

5차 항암 후 워낙 체력이 떨어진 탓에 이번에는 3주가 지나 후 4일을 늦춰 항암 일정을 잡았다. 5차 항암을 마치고 퇴원 때 친절하게 상황을 살피고 설명해 준 주치의 선생님이 고마웠다. 5차 때 워낙 힘들고 예상 밖으로 오래 있었던지라 이번에는 2주 정도 쓸 엔커버 미숫가루 등 입원 물품을 넉넉하게 챙겨갔다. 물도 미리 넉넉히 사서 쌓아뒀다. 전처럼 병실 배정받고 기본 검사 마치고 밤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잘 안와 오래 뒤척였다.


입원 2일째

아침 회진 때 손 저림이 더 심해진다 이야기했으나 담당 교수님은 다 괜찮아진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마지막 마무리 잘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신경 독성이 강한 빈크리스틴 용량이 더는 낮출 수 없을 만큼 이미 조절되어 있다고 했다. 아주 빼고 맞을 수 없는지는 묻지 못했다. 3차 후 관해 판정을 받은 환자의 경우 부작용이 심하면 빼고 맞는 경우도 있다는 자료를 보았으나 그걸 근거로 내 주장을 할 수는 없었다. 혹시 치료에 방해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아침 몇 술 뜨고 심전도를 했다. 적혈구 수치가 낮아 또 2팩의 피를 수혈받았다. 오후 1시 넘어 항암 시작해서 8시경에야 끝났다. 항암 주사를 맞을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지나간 드라마 같은 것을 이어폰 끼고 보며 멍하니 그 시간을 보낸다.


아! 드디어 6번의 항암 과정을 다 마쳤다. 항암만 마치면 날아갈 듯 기쁠 거라는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덤덤했다. 재발해서 온 주위 침대의 환자들을 보니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어 홀가분한 기분조차도 없다. 그저 다시는 이 병동에 드나드는 일이 없었으면 싶은 바람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인가 싶기도 하고.


입원 3일째

다시 체중이 2kg 불어 이뇨제 맞았다. 항암 다음날 보는 주홍색 소변을 보면 저절로 물을 많이 먹게 된다. 어서 이 약을 배출해 버려야지 하는 마음에. 얼굴이 부어도 물 먹는 것을 그칠 수는 없다. 내가 할 일이라고는 주는 약 먹고 물 많이 먹는 일 말고는 없으니까.


단백질이 회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니 고단백 두유도 챙겨 마시고 반찬도 아무리 쇠맛이 느껴지고 목에서 가시가 올라 붙은 듯 불편해도 단백질거리는 열심히 챙겨 먹는다. 싱싱한 과일이 먹고 싶다.

멸균식만 끝나면 껍질 벗겨먹는 과일 정도는 먹을 수 있는데 구할 방도가 없다.


입원 4일째

프레드니솔론 부작용으로 문페이스와 홍조가 생겨도(위장 장애나 골다공증 기타 등등의 부작용은 나중 일이다) 그 약 덕분에 닷새째 까지는 무탈하니 지낸다. 이번에도 또 고열이나 면역력 저하를 우려해서 완전히 회복해서 병실을 나갈 생각이다. 갑갑하고 죽을 맛이긴 해도 이곳 병원이 제일 안전하니까. 고단백 두유, 야채주스를 넉넉히 사뒀다. 호중구 떨어질 때는 병실 밖을 나가는 것도 힘들고 또 마스크를 쓴다 해도 감염 우려로 두려우니까.


입원 5일째

뉴라스타(호중구 촉진제)를 맞았다.

이 효과가 5일 정도는 지속되겠지? 그렇다면 열은 앞으로 6일 후쯤 날까? 그래도 이번에는 나름 준비해 온 보충식으로 단백질도 챙기고 기운도 5차 때보다 나으니 좀 일찍 퇴원이 가능할까? 등등의 생각이 든다.


입원 6일째

오늘까지는 프레드니솔론 덕에 그럭저럭 별일 없이 지낸다. 아침 회진 때 "상태가 안정되어 가네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항암 후 일주일째 가장 면역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마치 시험 때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두려운 마음으로 그때를 기다린다. 하루 50mg 정도의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내 몸도 사력을 다해 약의 부작용에 대처할 거고 약물도 제 할 일을 하겠지?

오늘은 이 병동에 근무하시는 간호사 브런치 작가님을 만났다. 오래 알고 지낸 분처럼 반가웠다.


입원 7일째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 한 팩 맞음. 컨디션은 그저 그럭저럭 아직은 괜찮다.

배는 전혀 고프지 않은데 꾸역꾸역 고단백 두유, 미숫가루를 탄 엔커버 등등을 수시로 먹는다. 단백질이 내 투병과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니 마치 먹이를 먹는 것처럼 챙긴다.


입원 8일째

또 혈소판 두 팩 맞음. 드디어 백혈구 호중구 수치 감소 시작이다. 오전에 한기가 들고 컨디션이 안 좋았으나 핫팩을 끼고 한숨 자고 나니 나아졌다. 내일이면 항암 후 2주째로 접어든다. 면역력이 떨어져 가장 위험한 시기다. 예상대로 백혈구 호중구 수치도 오늘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별일 없이 지나가서 퇴원했으면 좋겠다.


입원 9일째

백혈구 호중구 수치가 어김없이 급락했다. 귀가 헐어도 마스크 꼭 쓰고 단백질, 물, 많이 섭취하고 푹 쉬고. 이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한다. 내 몸에 내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다. 오늘부터 그라신(단기 호중구 촉진제)을 맞기 시작했다. 지난번처럼 매일 투약할 것이다. 또 전신의 뼛속이 아플 것이고. 핫팩을 배에 대고 오늘은 복도를 걷는 운동도 하지 않고 쉰다. 밤 9시경 드디어 고열이 시작되었다. 39도 가까운 열. 또 전처럼 혈액 배양을 위해 두 군데서 채혈하고 항생제 스킨 테스트를 한 후 바로 항생제 투여 시작. 늘 같은 약이다. 열은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시간 지나면 내리겠지 싶다. 퇴원해서 집에 있다가 이런 상황을 당하지 않음을 감사하며 잠을 청한다.


입원 10일째

열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밤새 수시로 체온, 혈압체크 그리고 화장실 가느라 깨어나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새벽녘에야 깊게 단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상의가 땀으로 축축하다. 비틀어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거 같다. 그 많은 땀을 흘리면서도 푹 잤나 보다. 오전에도 열은 좀 났으나 오한은 없었고 열도 38도를 넘지 않는다.

담당 교수님은 혈액 검사 지표에 호중구 반등 기미가 보이니 내일 다시 보자고 한다. 모든 상황 판단은 혈액 수치가 기준이다. 항생제도 퇴원해서 먹는 약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 아예 항생제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단다. 5차 때보다는 좀 수월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닥쳐봐야 알 일이지만. 세상은 내 생각 너머의 어떤 리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입원 11일째

아침에 일어나니 또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오전에 또 그라신 맞음. 매일 맞는 주사지만 맞고 나면 온몸의 뼈가 쑤셔서 괴롭다. 약도 제 할 일을 하느라 골수를 자극해서 호중구를 만드느라 애쓰고 그 뼈를 지닌 나는 뼛속까지 통증이 생겨 아픈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온몸이 괴로운 걸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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