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관해

최종 결과

by 시우





퇴원한 지 1주일 후 1박 2일 일정으로 전과는 달리 가벼운 가방을 싸서 입원했다. 이번 입원은 6차에 걸친 치료 결과를 최종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려는 것이다. 병원에서 일러준 대로 늦은 아침을 먹고 금식했다. 저녁까지 쫄쫄 굶었지만 시장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병원에만 오면 늘 그렇다. 오후 6시 반 CT랑 X-ray를 찍고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직 입맛은 그대로 쓰고 텁텁하지만 그래도 병원 환자식을 전보다는 잘 먹었다. 기분 탓인가.


다음날 아침 8시 PET-CT를 찍었다. 이후 돌아와서는 다음 주 외래 예약을 잡고는 바로 퇴원했다. 결과는 다음 주 외래에 와서 본다. 3차 항암 끝나고 완전 관해 2등급을 받았고 이후 3회의 항암을 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고 궁금하다. 환자들의 이런 마음을 헤아려 주치의 면담을 원하면 주치의 선생님이 미리 대강의 결과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오늘따라 우리 병동의 주치의는 유난히 바쁜 거 같아 면담 없이 돌아왔다. 어차피 PET-CT 판독이 나와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완전 관해가 되었다는 것이 완치를 의미하지 않는 한 불안은 생활의 기본 상수가 될 거다. 이 림프종이 왜 발병했는지 그 원인을 모르니 이렇다 할 예방법도 없고 그러다 보니 아마도 이런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일주일 후 다시 상경해서 외래 진료를 볼 때 담당 교수님은 치료 결과가 좋고 완전 관해에 이르렀다고 화면을 보며 알려준다. 목 주위 그리고 비장 주위로 거뭇거뭇 보이던 것이 죄다 사라졌다. 마스크를 이제 벗어도 되며 회도 먹고 일상을 잘 지내다가 3개월 후 겨울에 보자고 한다. 그때 케모포트도 제거하자고. 근육을 많이 키우라는 말을 들었다. 3개월 후에 케모포트를 제거하자는 것은 혹시... 그 사이 재발을 염려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두려움이 슬쩍 올라왔다.


담당 교수님께 내 경우 예후는 어떤지, 재발은 몇% 나 되는지 등등 궁금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마도 DLBCL의 기본 자료를 참조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치료의 관점에서 담당의로서 할 일을 마쳤고 이제 내 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퇴원 후 회복 과정이나 재발 방지 환자 교육까지는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것 같다.


동행한 딸이 제일 기뻐했다. 그동안 내가 신경 쓰지 않게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주고 내 수발을 지혜롭게 해 준 딸이다. 소식을 들은 온 가족들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뻐했다. 남편과 동생을 비롯한 온 가족들에게 참 수고했고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


한 후배는 전에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마음이 제일 단단해요. 아마 그 단단함으로 잘 이겨내실 거예요. 오히려 OO이랑 O선생님이 더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빠른 쾌유를 기도할게요."라는 글을 보내왔었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내가 아프고 말지 가족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가 더 힘든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어떤 인과에서 내가 악성 림프종에 걸렸는지 모르지만 모든 게 연기적 삶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내 삶이 지속되는 동안 새로운 인과는 만들지 않으려 나는 노력할 것이다.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을 주로 먹고 기름기를 피하며 매일 걸어볼 생각이다. 분명한 재발 방지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섭생과 생활을 지혜롭게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3개월 후 겨울에 1차 검진이 예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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