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의 생활

생활 리듬 회복하기

by 시우



주위 사람들은 완치되어서 좋다고 말들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완치가 아니라 완전 관해다. 완전 관해는 영상 검사, 혈액 검사에서 암이 더 이상 확인되지 않거나 활성 신호가 사라진 상태고 완치란 암이 영구적으로 사라진 상태 즉, 5년 이상 재발이 없을 때를 말한다. 완치란 5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나 쓸 수 있는 말이다.


DLBCL은 극심한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항암 중에 그리고 치료 후에도 몸이 쾌하지는 않다. 그 사이 두 달이 지났으니 이제 1달 후 정기 검진을 받으러 다시 내원해야 하는데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있다. 아직 내 우측 가슴에는 케모포트가 있다. 다음에 제거하자는 거 보면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 같다. 또다시 쓸 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당 교수님께 차마 묻지는 못했지만.


아침마다 채소를 쪄서 만든 주스를 마시고 붉은 고기와 기름기를 피한다.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게 섭취하려고 노력하고 매일 6000보 정도 숲길을 걷는다. 직장에도 복귀했고 친구들 모임도 서서히 합류하고 어반 스케치 동호회 활동도 다시 시작했다. 손이 저려서 아직 섬세한 선을 긋기나 그림 그리러 멀리 나가기는 어렵지만 동호회 사람들 그림 그리는 것만 보아도 좋다.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그리고 그런 삶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지도 안다.


약국을 하면서 난 주로 내과와 정형외과 환자들을 많이 봐왔는데 그때 환자들이 내게 했던 말을 지금에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이 표현했던 통증이 뭘 의미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된다. 나이 덕에 그리고 내가 환자가 되어본 덕에 말이다. 또 내가 얼마나 미흡한 약사였는지 또 공감이 부족했는지도 깨달아가고 있다. 그때 알았으면 더 좋았을 것들이 우리 삶에는 참으로 많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모자랄 것이다. 단지 그런 것들이 있음을 이제는 조금 더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서 더욱더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 아닐까. 역지사지의 마음가짐 말이다.


세상에 100% 좋은 일도 100% 나쁜 일도 없다. 큰 일을 겪다 보면 평소 보이지 않던 삶의 다른 면을 보며 배우고 깨치는 점이 있고 덕분에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좋은 점도 있다. 삶에서 어려움을 별로 겪지 않은 사람과는 좋은 친구가 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늘 읽거나 그리거나 쓰는 일로 내 생활의 여유 시간은 주로 책상 앞에 앉아서 지내는 일이 많았다. 이제 될 수 있으면 책상 앞을 피하고 움직이고 걸으려 노력한다. 남편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차로 가까운 거리의 숲길, 천변길, 완만한 산길과 둘레길을 매일 그를 따라다닌다. 하루 6000보가 목표다. 아직은 만보를 넘으면 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덕분에 남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그가 좋아하는 산행은 아직 못하지만.


여전히 손발 저림이 심해서 고통스럽고 요즘은 손가락이 잘 굽혀지지 않는다. 단단한 바닥에 발이 닿을 때 마치 쥐 난 것처럼 저려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부엌일을 조금 했더니 양팔이 저리고 아파서 힘들다. 아직은 회복을 기다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도움이 될까 싶어 저녁에는 각탕을 한다.


미각도 돌아오지 않아 음식 맛도 잘 느끼지 못해서 아쉬운 점이 많다. 굳이 표현하지면 전에는 입안이 모래를 씹거나 톱밥으로 도포된 느낌이다가 요즘은 땡감을 씹다가 뱉은 후의 미각 정도라고 표현해야 할까. 또한 체력도 전 같지 않지만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희망으로.


머리는 1cm 정도 자랐고 열대어처럼 가로로 죽죽 흰 줄무늬가 간 손톱도 아직 그대로다. 손톱 뿌리 쪽에 분홍빛으로 막 자라 오르는 새 손톱을 매일 보고 있다. 내 몸이 항암을 하는 동안 손상을 입어 자라지 못한 흔적이 나이테처럼 드러나는 것 같다. 봉숭아 물을 들일까 생각하다가 그것도 번거로울 거 같아 생각에 그쳤다. 조금만 무리하면 사소한 활동에도 피로가 빨리 와서 조심하고 있다.


그래도 책상 앞에 앉아 즐기던 일을 못하는 게 제일 아쉽긴 하다. 주위 사람들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문페이스(moon face)가 된 내 얼굴을 보고는 살이 올랐다, 얼굴이 훤하니 좋아졌다고들 한다. 그저 그러냐며 웃을 뿐이다. 내 몸무게는 처음 암 검진을 위해 보낸 1달 동안 2kg 빠진 후 늘 같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저 일상에 감사하며 매일을 맞을 뿐이다. 곧 있을 1차 검진을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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