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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챨리 Dec 25. 2020

파스타 좀 만드는 남자

와인은 식탁 위에서 가장 빛난다


예전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만큼 실력은 없었다. 결혼 후 이벤트로 몇 번 아내에게 요리를 해주었다. 하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음식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다. 재료를 잔뜩 사서 절반도 넘게 남긴다. 요리한다고 부엌을 엉망으로 어지럽힌다. 설거지가 산더미이다. 이러니 아내 입장에서 마냥 반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1km도 달리지 못하던 초보 러너가 훈련을 반복하면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듯이, 내 요리 실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는 뒷정리와 설거지 실력이 좋아진 게 더 반가울 테지만.







지난 주말에는 파스타를 좀 만들었다. 파스타는 자신 있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요리 중의 하나이다. 파스타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고, 거기에 방울토마토와 새싹 샐러드를 곁들였다. 


파스타 하나로는 심심해서 감자 요리를 만들었다. 보통은 푸실리(Fusili) 면으로 버섯 크림 파스타를 만드는데, 오늘은 푸실리 대신에 감자를 넣었다. 생크림 소스에 파마산 치즈와 고르곤졸라 치즈도 듬뿍 넣었다. 녹진한 맛과 고르곤졸라 치즈의 꼬리 꼬리한 향이 꽤 괜찮았다. 감자와의 궁합도 좋았다. 아내는 뇨끼(Gnocchi)를 먹는 것 같다고 한다.



알리오 올리오 샐러드 파스타 & 버섯 크림소스의 감자 구이



파스타를 맛있게 만드는 나만의 비결은 마늘에 있다. 우선 신선하고 좋은 마늘을 써야 한다. 마늘만큼은 꼭 재래시장에 가서 산다. 아주머니들이 소일 삼아 껍질 벗기고 다듬어 놓은 통마늘을 산다.


그리고 미리 갈아놓은 마늘은 쓰지 않는다. 편으로 사용하든 잘게 갈아서 사용하든 통마늘을 바로 다듬어 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올리브 오일과 마늘을 약한 불에서 시간을 들여 오래 볶아야 한다. 그래야만 마늘의 좋은 향이 올리브 오일에 짙게 베어 든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다. 하지만 나쁜 일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내 요리 실력도 그런대로 좋아졌다. 저녁에 가족이 오붓하게 모여 내가 만든 요리에 가볍게 와인 한잔 곁들이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오늘 만든 파스타와 감자 요리에는 이태리 와인을 곁들였다. 굳이 와인의 테루아(Terroir)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태리 음식에는 이태리 와인이 제 짝이다. 단골 와인샵인 카비스트에서 4만 원 정도에 구입하였다. 




Solus Pianirossi Toscana IGT Rosso 2013



라벨을 읽어보면, Solus는 와인의 이름이고 이태리어로 ‘하나뿐인’, ‘독창적인’이란 뜻이다. Pianirossi는 와이너리 이름인데, ‘붉은 평원’이란 뜻이다. 라벨에 그려진 붉은 원 하나가 와인 이름과 잘 어울린다. 


오늘 마신 솔루스는 IGT 등급답게 포도의 품종과 배합이 독특하다. 토스카나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45%)와 인근 마르쉐 주의 대표 품종인 몬테풀치아노(45%)가 섞여 있다. 그리고 남프랑스에서 그르나슈를 교배하여 만든 알리칸데 부쉐(10%)를 블렌딩 하였다. 와인의 이름답게 하나뿐이고 독창적인 배합이다.


와인을 잔에 따르니, 먼저 보랏빛이 도는 진한 컬러가 보인다. 후추와 매운 야채의 향이 올라오고 뒤이어 푹 익은 붉은 과일의 달콤한 향이 따른다. 바디감은 미디엄 정도로 무겁지 않고 산도는 꽤 높은 편이지만 탄닌과 밸런스를 잘 이루고 있다. 파스타와 마리아주 역시 좋다. 특히 버섯 크림 파스타의 꼬리한 치즈 향과도 잘 어울린다. 역시 와인은 식탁 위에서 가장 빛난다.


피아니로씨 와이너리는 토스카나의 광활한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다고 한다. 그곳 인근에 수영장까지 갖춘 피아니로씨 호텔도 있다고 한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 Pianirossi Ho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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