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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Aug 08. 2021

명랑한 은둔자_캐롤라인 냅

외로움을 존중하기, 환영까진 못하지만

“당신의 경우, 고독한 행복이 언제 변질하기 시작하여 고립된 절망으로 변형되는가? 하루가 지나면? 열흘? 한 달? 세상을 차단해버리고 싶은 충동은 언제 닥치며 그 진정한 동기는 무엇인가? 당신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낫기 위해서인가 숨기 위해서인가?”


“외로움은 늘 돌아온다. 그래서 이제 나는 그것을 적이라기보다는 지인처럼 여기게 되었다. 흔쾌히 환영하진 못하더라도 존중할 필요가 있는 존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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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부분은 ‘살아가는’ 부분이다. 이것은 내면과 관련된 일이다. 우리가 술로 끊임없이 무디게 하고 가릴 때는 잘 몰랐지만 그러지 않으면 금세 나타나는 의문들, 선택들, 감정들과 관련된 일이다. 이것이 진짜 중요한 문제다.”

“중독에 취약한 사람들은 회복의 도구를 집어 들기를 체질적으로 어려워한다. 그런 도구는 보통 중독적 생활 방식과 정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독적 생활 방식은 무릇 모든 감정적 혹은 정신적 문제에는 물리적 해결책이 있다는 믿음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한 줄 정리


캐롤라인 냅은 ‘중독의 대가’다. 알코올 의존증을 고백한 책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섭식장애를 다룬 책도 썼다. 그는 섬세한 감수성 때문에 외로움의 고통을 절절히 겪지만 그걸 부정하는 대신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명랑한 은둔자>는 여러 주제에 대한 냅의 사유를 모아 만든 책으로 세상 전반에 대한 그의 가치관을 가볍게 엿볼 수 있다.


주관적 감상


캐롤라인 냅은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다. 1959년생 베이비붐 세대로 호황기 미국의 풍요와 화려함 이면에 자리한 우울을 파고들어 회고록 형식의 에세이를 썼다. 대표작인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은 극심한 알코올 의존증을 겪으면서도 성실하고 능력 있는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낯설지 않은 모습(?)을 그렸다. 냅의 글은 개인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자기연민에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읽는 이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는 42세의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냅은 생전에 3권의 책을 냈고 유고작으로 2권이 출간됐는데 <명랑한 은둔자>는 유고작 중 한 권이다.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The merry recluse>라는 원제를 번역했는데 자가격리가 일상인 요즘 절로 손이 간다. <드링킹>과 달리 특정한 소재를 정하지 않고 내면에 침잠하는 인간의 여러 고민과 사유를 솔직하게 기록한다. 이전에 냅의 작품 중에 <드링킹>과 <남자보다 개가 좋아>(제목을 잘못 지은 경우다) 두 권을 읽었다. 그의 글은 책마다 중심 소재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안에 사는 외로움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그걸 품고 사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쉽게 중독에 자신을 내던지고 있을 당신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는지. 그런 모습을 힐난하고 부정하는 대신 “그래서 이제 나는 그것을 적이기보다는 지인처럼 여기게 되었다”는 고백을 그는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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