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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Aug 08. 2021

장류진과 장강명

장앤장의 한국문학 주도권 다툼?

1. ‘2020년대 문학은 장앤장이 점령할 것이다!’ 시의성, 대중성, 문학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일류작가 두 분을 초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는 농담이고 주목경쟁에 숟가락 얹은 거지 다툴 이유가 전혀 없는 분들이다. 한국문학의 파이가 작다지만 두 작가가 나눠 가질 영역은 차고 넘친다.


다만 두 작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면 한국문학의 현주소 중 일부를 드러낼 수 있을까 해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앤장은 한 쌍으로 묶일 순 있어도 한 장으로 포갤 순 없다.


전문성이 아닌 열정과 애정으로 쓴 글이다. 엉터리 해석과 왜곡된 평가가 난무할 수 있다. 논리에 억지가 섞인다면 두 작가의 특별함을 부각해서지 문학적 고유성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다. 리스펙!


2. 장앤장의 공통점부터 밝히고 차이점을 말하겠다. 두 작가의 교집합은 ‘선 굵은 사회파 작가’라는 거다. 선이 굵다는 건 수채물감으로 마무리한 세밀화 같은 작품들과 구분하기 위한 표현이다. 그간 많은 한국문학은 작가의 예민한 자의식을 무기로 개인의 고뇌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반면 장앤장은 감성의 묘사보다 서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호쾌한 문장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사회파 작가라는 데는 이견이 예상된다. 장앤장은 과연 사회 문제를 지적하려고 소설을 쓰는가. 모르긴 몰라도 작가 자신도 동의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2021년 한국문단에서 이들만

큼 생생하게 사회상을 드러내는 작가가 드물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3. 다음은 차이점이다. 두 작가는 문학적 에너지의 원천부터 다르다. 장강명은 사회에서 시작해 개인으로 뻗어간다면 장류진은 개인에서 시작해 개인으로 끝난다. 다만 장류진은 작가의 투명한 시각 덕분에 개인의 서사가 사회의 일부라는 점을 드러내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작가를 각각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장강명: 한국 사회의 병폐에 대한 왕성한 문제의식으로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개인의 차원에서 접촉하게 하는 작가

장류진: 개인의 생활을 한 땀 한 땀 세밀하게 담아내는 덕분에 한국 사회의 형상이 점묘화처럼 그려지는 작가


소설집 제목만 봐도 차이가 보인다. 크게 봐서 노동 환경의 일면을 다루는 두 작품인 장강명의 <산 자들>과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비교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느껴보자. 전쟁영화 제목에도 어울릴 법한 <산 자들>은 생존이 최우선 목표인 군인들의 피 냄새를 풍긴다. 반면 <일의 기쁨과 슬픔>에선 타닥타닥 키보드 타건음이 유일한 소음인 사무실의 정적을 깨는 경쾌한 월급 입금 알림이 들리는 듯하다.


<산 자들>이 한계와 좌절을 말한다면 <일의 기쁨과 슬픔>은 실천과 희망을 얘기한다. 이는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용도의 차이다. 장강명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숙고하라고, 장류진은 그럼에도 주저앉지 말고 돌파하라고 응원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가 모두 우리에게 더 잘 살라고 말한다.


둘 중 요즘의 나에게 설득력 있게 들린 건 장류진이다. 사회를 냉소하고 멸시하느라 바빴던 나에게 매일 아침 

딱딱한 구두에 발을 밀어넣고 꿋꿋이 집을 나서는 장류진의 소설 속 생활인들은 귀감이 됐다. 그렇게 장류진은 문학과 현실의 격차를 가볍게 점프한다. 한국문학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인간형을 소개한다.


#장류진 #장강명 #일의기쁨과슬픔 #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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