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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양 Jul 24. 2022

최악의 인간


"학이불사즉망(이오) 사이불학즉태(니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


글 쓰는 게 두렵다. 아니 번거롭다. 사실은 귀찮다. 키보드 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카톡 하듯 사정없이 두드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쓰려면 읽어야 한다. 탐색하고 공부한 뒤 그걸 바탕으로 다시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냥 반복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고로쇠 물처럼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정수’를 모아야 한다. 그나마 읽어줄 만한 뭔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전까진 초고도 뭣도 아니고 심지어 쓰레기도 아니다. 재료일 뿐이다. 좋은 재료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그렇지만 그걸 요리라 부르지 않듯 정수가 되기 전 글자의 나열은 글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지나친 과장이다. 쓰다 보니 흥분해 버렸다. 변명이지만 글쓰기는 과몰입을 부른다. 사유나 지식을 재료로 쓰기에 몰라도 아는 척을 하게 된다. 공수표를 날리는 걸 안 들키려고 거들먹거리기 쉽다. 이런 부류 중 최악은 자신이 얼마나 별로인지 말하는 척하면서 세상을 향한 전방위적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이다. 바로 지금의 나다. 나는 나를 욕하는 나를 욕하는 중이다. 다만 극과 극은 만난다. 최악 중의 최악은 간혹 최고의 웃음을 부른다. 채플린이 연기한 히틀러가 그랬고 대다수 스탠딩 코미디언의 페르소나인 위악적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글로 코미디를 하려고 애쓰는 중인데 안타깝게도 하나도 웃기지 않고 오직 내가 얼마나 재수 없는 인간인지를 광고하는 쓰레기, 아니 재료를 국수 뽑듯 줄줄이 써 내려가는 중이다.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쓰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다. 근데 당신은 얼마나 아는데? 아니 진짜로 얼마나 아냐고. 아 잡지 말라고. 안 때려. 안 때린다니깐.


글쟁이들이여 입을 다물자. 그게 싫다면  많이 떠들자. 수치심을 과시하기보다 천박함을 드러내는 편이 차라리 낫다. 그렇다고 갑자기 바지를 벗거나 그러진 말고요. 모른다고 징징대지 말고 모른다는  모르는 체하고 그냥 쓰라는 겁니다. 김도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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