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D에게

나의 시절 인연이 되어버린 그에게

by 도도


안녕, 나의 사랑하는 D야.

너와 사이가 남으로 되어버린지가 고작 하루, 꼬박 하루를 보내는 중이야.

이미 곯을 데로 곯아버린 골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멀어져 버린 것이 못내 나는 너무 안타깝구나.


처음 우리가 아무 사이도 아니였을 때 어린 둘이 마주했던 2022년 그리고 2023년 초

급속도록 친해지면서 무언의 이끌림으로 비롯되어 결국 9월의 청계천 그 곳에서 연을 시작했더라지.


"우리, 이러면 사귀는 사이 아니야?"

"그럼 그거 하자, 그 사이."


기억나니? 그 때 우리가 했던 고백은 참 투박하면서도 그 나이에,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어린 고백이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흐뭇하게 웃음이 나면서도 두 눈에서는 부정하듯이 눈물이 흐르는구나.


너와 사계절을 같이 2번 보내면서 다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같이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결국엔 깊어진 갈등과 현실의 미로에서는 너도 나도 주춤하고 서로의 손을 놓게 되었구나.


나는 아직도 원망한다.

나는 너에게 모든 답안지를 주어 그대로 읽기만을 기다렸는데,

너는 그 답안지를 외면하고는 나를 향한 마음은 그대로라면서 답안지를 놓아버리더구나.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혹은 의외로 짧은 시간이 흘러야겠지.

아직은 너무 힘들구나, 나의 D야.

고작 하루 지난걸로 이렇게 청승을 맞게 굴면 지나가던 개도 비웃겠지만, 지금은 비웃게 놔두고 싶을 정도로

나의 자존심도, 나의 심장도 모두 바닥에 떨궈놨어


정말 진심으로 순수하게 사랑했던 나의 D야

그 마음이 마지막까지 오롯이 느껴져서 나도 너무 힘들었지만, 너가 보는 방향과 너무 다른 방향의 나를 보며 결국 나는 너가 아닌 내 자신을 선택하게 되었다. 결단을 내기 위해 차갑게 말한 나를 용서해주렴.


친구 사이로 남자는 그 말, 서로 차단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한 것까지

이 약속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덤덤하게 연락 올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게.

너를 놓아버린 나를, 너도 얼마나 아파하며 힘들어하고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구나.


나는 지금도 너의 사진만 보면 마음이 너무 무너질 것 같아

정리하는 것도 천천히 하려고 하지만 갤러리에 들어가면 너가 차지하는 나의 면적이 그간 헛되지 않음이 보여 지우는 결정마저도 한참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억지로 너가 나에게 보여준 회피성 짙은 모습, 연애가 서툴다는 이유로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순간들을 계속 상기 시키며 마음을 다스리면서 오늘은 산책을 다녀왔어. 그저 정처없이 걸어다녔어, 그 거리에서도 너가 우리 동네, 우리집 앞 놀이터, 어느 한 산책로가 있어서 걷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다가, 괜찮아지다가 다시 눈물이 나기를 반복하더라.


힘들어 하는 나를 보며 친구는 다시 시작을 고민해보라고 제안해줬어

하지만, 나는 너가 답안지를 다시 주워서 읽어줄 때까지는 끝이 보이는 제안은 받지 못할 것 같아.

만약 너가 내가 준 답안지를 읽으면서 너의 답안지를 건네주면, 나도 너의 답안지를 읽어볼게


지금은 그저 내가 무덤덤해질 때까지 이 편지를 남기고 싶어.

그간 내가 꼭꼭 담은 마음을 담아 적어내볼게.


아직 전하지 못한 사랑을 꾹꾹 담아

전할 수 없는 편지


오늘 하루가 평안하길

너의 D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