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정보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먹다 보니... 뇌에 살이 쪘다
요즘엔 양질의 정보들이 참 넘쳐나는 것 같다. 심지어 그 정보들을 무료로, 혹은 몇만 원만 내면 얻을 수 있다니... 나는 주로 아래와 같은 창구들을 통해 정보들을 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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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들을 계속 먹기만 하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정보를 얻거나 배우는 행위는 보통 생산적인 일 또는 자기 계발로 여겨지기에, 많이 얻을수록 좋다는 인식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러한 인식 덕분에, 정보를 끊임없이 먹는 행위에 대해서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정보를 스크랩해 인쇄한 자료들은 방바닥을 가득 메워놓기에 이르렀고, 나의 뇌는 항상 엄청난 포만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과식을 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를 시켜야겠단 생각이 들 듯, 뇌도 마찬가지였나보다. 어느 순간부터는 뇌가 나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이제 그만 먹고 소화 좀 시켜!"
단순히 포만감을 느끼기 위해 먹고 있는 정보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회의감을 크게 느끼게 되었던 순간이 찾아온다.
하루는 이런 적이 있었다. 책장 속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책 많이 읽었구나. 이 책들이 나를 성장시켜주었지. 뭔가 뿌듯하네.'
두 달 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우연히 다시 꺼내 들어 읽기 시작했을 때, 아까 그 생각이 허영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책 내용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어 내려간다'는 행위에만, 그저 정보를 마구 먹어치우며 포만감을 느끼는 데만 급급하고 있었던 거였다. 정보를 통해 배운 것을 내 삶에 적용시키려는 시도, 즉 소화를 시키려는 시도는 그에 비해 현저히 적었으니, 소화불량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부턴 소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억지로 많은 정보들을 먹어치우려 애쓰지 않았다. 어차피 단기간에 그렇게 습득한 정보들은 빠른 시일 내에 머릿속에서 지워질 것이 뻔하니까.... 단 하나라도 제대로 소화시키는 게 오히려 더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고, 컨텐츠를 만들고, 프로토타입을 만들려는 시도는 이러한 생각이 동기가 되어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그 개념을 실제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아야만 했고, 내가 먹어치운 정보들로 어떤 실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지 생각해야만 했다.
브런치 글을 읽으러 들어오시는 분이라면, 분명히 새로운 정보를 통해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는 분일 거라 생각한다. 남는 시간에 그저 누워서 여가 생활을 즐길 만도 한데, 기꺼이 글을 읽는 선택을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느꼈던 감정을 느끼고 계신 분이라면, 하나라도 더 습득하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정보의 늪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이 바로 소화를 시켜야 할 때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일기를 쓰거나,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키워드를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소화에 도움이 되었다. 글을 써내려 가다 보니, 내가 어느 부분을 제대로 알고 있고, 어느 부분은 어렴풋이 알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 나아가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토대로 어떤 실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떠올려보고 실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실제 가치란 컨텐츠가 될 수도 있고, 제품이나 서비스가 될 수도 있으며, 더욱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 학교나 직장 내 성과 달성이 될 수도 있을 거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내용을 잊어버리셔도 괜찮지만, 한 번 쯤은 이 말을 떠올려보셨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먹고 소화 좀 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