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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Feb 16. 2022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그 사람이 내 카톡 프로필을 얼마나 자주 봤는지 알 수 있다면

인스타그램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스토리' 기능을 알 것이다. 스토리를 게시한 사람은, 내 스토리를 클릭해서 본 사람들의 리스트를 열람할 수 있다. 다만 그 리스트는 24시간 동안만 집계된다. 그럼 이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얼마 전에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 그 사람의 이름은 A다. 헤어지긴 했지만 A와 나는 여전히 맞팔이 되어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A가 '스토리'를 올렸다. 그것도 방금 말이다.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A의 스토리를 클릭하는 행동이 친한 친구의 스토리를 클릭하는 것만큼 쉽진 않을 것이다. 내가 봤다는 걸 A가 알게 될 거고, 스토리가 올라오자마자 즉시 읽는 행위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그 버튼은 단순한 버튼이 아니다. 마치 절대 넘어서면 안 되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 사람이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얼마나 자주 클릭해서 보았는지, 내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얼마나 자주 들어왔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보았는지, 그런 지표들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말 좋을까? 왜 SNS에선 이러한 기능들을 제공해주지 않을까? 기술적인 한계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러한 기능들이 추가되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나 게시물을 보는 행위가 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거대한 벽을 앞에 둔 듯, 두려움이나 불안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질 것이다.


왜 그럴까?


위 기능들을 실생활에 그대로 접목시켜보자. 나는 이제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자주 생각하는지, 나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된다. A가 나를 떠올린 순간, 나의 머릿속에 'A가 나를 떠올렸다'는 정보가 입력되는 거다.


단편적으로 바라보면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과 시선 또한 상대방에게 읽힐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나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나는 내 감정과 생각을 숨기기 위해 매 순간 신경을 써야 할 테고(심지어 무의식적인 생각들은 통제하기도 어렵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숨기고 싶은 속마음을 들켰을 때만큼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몰라야 자연스러운 것들이 있다. 근데 요즘 IT세상은 자꾸 그 선을 넘어서려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윤리적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기업들도 참 많다. 구글의 슬로건은 'Do the right thing(옳은 일을 하자)'이다. 구글의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사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적지 않은 힘을 쏟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예: 시크릿 모드)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선택에 달렸다는 거다. 실생활에서 아까와 같은 기능들을 구현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온라인에선 충분히 할 수 있다. 즉,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지와, '할 수 있으니 한다'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거고, 각자의 윤리관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내 입맛에 맞는 정보, 영상, 상품이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되는 세상이다. 나의 모든 행동 데이터들이 철저히 분석되어 'AI 기반 초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라는 멋진 이름으로 제공된다. 그러한 서비스들은 분명히 쉽고 편리하다. 생각을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다.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으니까. 그런 서비스들은 언제부턴가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어디까지 알아야 하고, 어디부턴 몰라도 되는 걸까? 완벽하지 않다는 점, 빈틈이 존재한다는 점, 그것이 바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일 텐데. 꿰뚫어 볼 수 없고 예측할 수 없기에, 그렇기에 인생이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지는 거라 생각하는데, 왜 사람들은 자꾸 신이 되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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