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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Feb 10. 2022

도움이 되는 것과 의미가 있는 것

'의미만' 있어도 팔리는 시대


"도움이 되는 거랑 의미가 있는 게 뭔데요?"


도움이 되는 것은 철저히 기능에 초점을 둔다. 같은 가격에 기능이 더 우수한 제품이 있다면, 우린 고민 없이 그 제품을 선택한다. 더 잘 드는 가위, 더 잘 써지는 펜, 더 내구성이 좋은 책상 등이 바로 그 예다.


의미가 있는 것은 가치에 더 초점을 둔다. 그때부턴 기능에만 집중되어있던 시선이 분산된다. 장인의 혼이 담긴 가위, 단지 잘 잘린다는 기능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이 가위를 사용하면 당신도 더욱 섬세해질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그런 섬세함과 집요함이 있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부드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펜, 단지 부드럽게 써진다는 기능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이 펜으로 쓰면 당신도 부드럽게 보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부드러운 면모를 표현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위와 같은 개념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명품 옷을 떠올려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옷의 가격은 옷의 품질과 완전히 정비례하지 않는다. 브랜드라는 의미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제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의미까지'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만' 있는 것도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에 NFT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체감이 되었다. 겉으로만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듯 보이는 돌멩이 그림(심지어 실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나의 데이터일 뿐이다) 34억에 판매가 되었다. 이는 사실 기존에 명화가 수십억에 낙찰되는 모습과 비슷한데, 그런 일들은 쉽게 체감이 되지 않았다. 핵심은 '나만 원본을 소유한다는 데서 오는 특별한 감정' 만으로 엄청난 가격이 매겨질 수 있고, 또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잘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한 명을 떠올려보자. 연예인이든 누구든 좋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는가?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 사람이 하기에' 의미가 있다. 그 사람이 판매하는 굿즈, 의류 등은 '그 사람이 판매하기에' 의미가 있다. 품질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갈수록 기능보단 의미가 더욱더 중요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웬만한 직장인들의 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한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대체될 수 없는 사람들,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너무나도 많은 제품과 서비스에 둘러싸여 있다. 우린 이제 대부분을 소유 또는 스트리밍하고 있다. 요즘은 에어컨과 냉장고, TV가 없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의 생산 능력은 계속해서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대학 진학률은 계속해서 높아졌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지니 문제들도 금방 금방 해결되어왔다.


하지만 다음 20년도 똑같을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더 적어졌다. 문제를 쥐어주면 해결해 줄 사람들은 많은데,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별로 없다. 결국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사람들,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나타나야 할 때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쓸데없는 것에 의미 부여하는 사람들' 말이다.


산업 트렌드조차 바뀐 지금, 여전히 생산과 제조 산업이 주를 이루었던 때의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옳을까.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이 계시다면, '의미를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해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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