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선택지는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힉의 법칙 (Hick's Law) : 더 많은 선택지는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더 많은 선택지는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라는 말은 자칫 당연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컴퓨터의 인지 방식과 달리, 100개의 선택지가 있다고 그 100개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10개를 훑어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가 걸렸다고, 100개를 훑어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이 10배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 시간은 로그적으로 증가한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더 적은 선택지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카테고리를 분류하면(예: 자음 순), 사용자는 의미 없는 탐색 과정에서 더 큰 피로함을 느낄 수도 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우리는 이 법칙을 무리하게 지키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다이소에 목재 그릇을 사러 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릇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는 애초에 다이소에 들어가자마자 직원을 먼저 찾는다. 어디에 있는지 한참을 찾아 헤맬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엔 분명히 카테고리 별 분류가 필요하다. 카테고리가 더 자세하게 분류되어 있을수록 좋다. 당장 내 눈앞에 나와는 관련 없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그릇 카테고리에 들어섰을 때부터다.
그릇 카테고리 안에서도 분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목재 그릇, 샤기 그릇, 플라스틱 그릇 등으로 말이다. 아까와 같은 맥락이라면, 우리는 이 카테고리도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고객에게 하나의 카테고리만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릇 가판대 앞에 서 있는데 내 눈앞에 목재 그릇만 수십 가지가 보인다고 가정해보자. 심지어 각 목재 그릇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명확히 알 수가 없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고객은 피로감을 느낀다. 이럴 때 우리는 힉의 법칙을 적용시킬 수 있다.
고객이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선택지만 추려서 가판대의 한 층에만 목재 그릇을 배치한다. 그 아래에는 샤기 그릇을, 그 아래에는 플라스틱 그릇을 배치한다. 고객은 한눈에 자신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그릇을 빠르게 추려낼 수 있다.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피로감 또한 덜하다.
+만약 다이소가 아닌, 그릇 판매 전문점이라면 전혀 다른 배치와 분류가 필요할 것이다. 무조건 이래야만 한다는 디자인은 없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사물을 인지하는 방식과 과정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가져온다고 생각해보면 훨씬 이해하기 수월할 것이다. 사용자가 브런치 앱에서 ‘UX디자인과 관련된 글’을 찾으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방금 전 ‘목재로 된 그릇’이 있었다. 여기서 ‘글’은 ‘그릇’이 될 것이고 ‘목재’는 ‘UX 디자인’이 될 것이다.
현재 브런치에서는 글, 작품, 작가, 총 3가지로 카테고리를 분류해서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브런치 팀에서 ‘UX 디자인’이란 검색 결과에 대한 더 세부적인 기준을 제공하려 했다면 사용자는 그 과정에서 피로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이 법칙은 필터링 검색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