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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Feb 05. 2022

디자인과 심리학 : 3. 인지 부하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말자

인지 부하(Cognitive Load) : 기억하고 생각하는데 필요한 정신적인 노력


우리의 머릿속은 항상 복잡하다. 뇌는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kg 정도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한다. 그래서 뇌는 항상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리의 의사 결정이 대부분 무의식 중에 일어난다는 건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다(디자인과 심리학 : 2. 점화 효과). 아침에 일어나서 세안을 먼저 할지, 양치를 먼저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매일매일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면, 중요한 일에 지금만큼의 에너지를 쏟아부을  없었을 것이다. 칙적인 생활 습관, 일관된 식사 시간과 같은 하루 루틴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어떨까? 예를 들어보자.


어떤 회사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들은 사용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부여하기 위해, 일반적인 서비스들이 사용하지 않은 색다른 디자인을 도입했다. 아름다운 UI와 새로운 검색 방식, 그리고 아주 구체적이거나 아주 단순화된 UX Writing(간단히 말하면, 앱 내에 표시되는 모든 문구)을 사용했다. 그들이 만든 서비스는 겉으로 보기에 굉장히 세련되고, 또한 친숙하게 느껴졌다. 서비스 자체도 분명히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너무나도 단편적인 예시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저 복잡함 하나를 추가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지 않고, 익숙한 것만 따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만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이미 수많은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어떤 제품과 서비스의 사용법 따위를 집중해서 습득할 여유조차 없다. 아마 그러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다. 내 목표는 '좋은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그 외에는 모두 방해가 되는 요소일 뿐이다. 브런치 팀에서도 분명히 그런 점을 인지했을 것이다. 적어도 글을 쓸 때만큼은 배너 광고나 다른 글을 일체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자간과 행간 등 글의 레이아웃에 관한 모든 부가적인 고민도 줄여주었다. 화면에 있는 모든 요소들은 오롯이 내 목표를 돕기 위해서만 존재한다.

 

물론 몇몇 아이콘은, 그것만 봐선 나에게 어떤 기능을 제공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


흔히 좋은 제품, 좋은 서비스라고 불리는 것들은 모두, 매 순간 우리가 그 단 하나의 목표에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인지할 틈도 없이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내고있다.


++하지만 브런치에도 분명히 인지 부하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나는 초기에 브런치 앱을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앱을 처음 실행시켰을 때 나오는 화면은 내 관심사와는 전혀 다른 브런치북 추천이었다. 내 관심사와 관련된 다른 글들을 읽으려면 어디로 어떻게 이동해야하는지 생각해야만 했다.


++++또한 '작가의 서랍'이라는 UX Writing만으로는 내가 쓴 글이 그 탭에 있을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심지어 현재 발행된 글과, 브런치가 말하는 '서랍 속에 담긴 글'을 그 탭에서 한 번에 볼 수도 없었다. '브런치 홈', '브런치 나우', '글 읽는 서재', '피드', 각각 4개의 탭을 보고나서, 내가 어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나는 일일이 각 탭에 들어가서 서비스의 사용법 따위를 익혀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를 이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는 작가 신청에 통과하였을 때 정말 놀랐다. 통과하였다는 사실에 놀란 것도 있지만, 작가들에게 '신청 통과' 라는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이 정말 탁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한 작가들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것이고, 사용자들은 더 퀄리티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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