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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03. 2017

연애상담일기 - 연애편지




연인과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던 커플이 있었다. 요즘 세상에 맞지 않게 손 편지도 자주 보내는 연인이었다.


손 편지를 써 본 사람은 안다. 장문의 카톡과 메일보다 쉽지 않다는 사실을.


그 커플은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애틋해 보였다.



"아직도 편지로 할 말이 그렇게 많아?"

"매일매일 전하고 싶은 말들이 있잖아요."






둘은 연애를 넘어 결혼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 여자는 결혼 전에 외국생활을 하길 원했고 남자도 허락했다.



"왜 둘이 같이 가지 그랬어? 결혼해서 갈 수도 있잖아!"


"저는 여기서 돈 벌어야죠."


"그건 그렇고. 왜 갑자기 해외로 가는 거야?


"이렇게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게 불안하고 싫대요."


"다 그렇지. 그러다 거기가 좋아서 계속 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지금은 그 친구도 저도 그런 마음 아니에요."


"무슨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잘해!"


"잘해야죠. 편지도 더 자주 보내려고요."


"그런 게 아니라. 너 상처받지 않게 잘하라고."



그의 말처럼 둘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뉴질랜드까지 편지가 배달되는 시간에 이미 편지의 내용은 카톡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편지를 보내는 횟수가 적어졌다. 카톡과 메일을 보내는 것이 덜 답답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던 느낌은 사라져 갔다. 편지의 설렘은 조바심으로 변해 있었고 3시간의 시차는 서로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가 나를 찾은 건 그로부터 몇 년 뒤였다.



"오랜만이네. 이제 돌아왔어? 벌써 5년이 다 돼가는구나."


"아니요. 아직 안 돌아왔어요."


"저런 어떻게 된 거야?"


"거기서 살 마음인가 봐요."


"그럼 너도 곧 가겠네?"


"아니요. 저는 안 가요."


"왜 안가. 이제 싫어졌니?"


"모르겠어. 편지가 이상해요..."


"무슨 편지? 편지로 이별을 통보했니?"


"아니요. 편지가 이상하게 써져요."


"수수께끼 같은 말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봐."


"그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면 대화하듯이 편안하게 썼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힘들까 봐. 이젠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내가 더 힘들게 할까 봐."


"그랬구나. 네가 더 힘들었겠다."


"그래서 나 힘든 말을 쓸 수 없게 됐어요. 슬픈 이야기도 못 쓰고. 좋았던 이야기는 과장이 되고요."


"그랬구나. 듣고 보니 그 마음 알겠다."


"계속 맘에 있는 말을 못 하다 보니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대?"


"그곳에 적응을 한 거 같아요. 정확하게 묻진 않았어요."


"물어보지? 정확하게."


"겁이 나서요. 제가 부담이 될까 봐."


"너 바보구나. 지금은 연락해?"


"저 어떡하면 좋죠?"


"지금은 어때? 싸우거나 그런 건 아니지?"


"싸운 적 없어요. 가끔 문자로 연락해요."


"그럼 지금 이 순간부터 연락을 끊어."


"왜요?"


"그럼 부담 줄 일도 없고. 힘든 일도 힘들지 않은 척할 필요 없잖아."


"그럼 영영 보지 말란 뜻이에요?"


"영원히 안고 사는 거야."


"영원히 안고 사는 거라고요?"


"그럼 연락이 안 되고 서로 만나지 못해도. 좋은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있잖아."


"그건 헤어지는 거잖아요?"


"누구나 이별을 하게 마련이야. 그 시간이 다를 뿐이지. 지금 둘 다 행복해지는 건 이 방법뿐이야."


"말도 안 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야. 너무 아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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