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미닉 Oct 27. 2017

사랑의기술 - 사랑을 배워야 할까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1956)




어린 시절의 사랑은 무조건 받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마치 엄마의 젖을 놓지 못하는 아이처럼요. 사랑받는 기쁨을 배워가며 성장했습니다. 사랑을 주기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때였죠. 사랑이란 말조차도 사랑받기 위해 알게 됐죠.


그 시절엔 충분한 사랑이 필요했습니다. 기대보다 사랑을 덜 받게 되면 대안을 찾기도 하고요. 티브이나 음악, 소설 등의 매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스무 살이 넘으면 이제 사랑에 대해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시험에서 만점을 맞는다고 해서 으뜸으로 바른 사람이 되는 게 아닌데 스스로 도덕적 인간이라고 자아도취에 빠진 모양입니다. 


성인이 돼도 우리는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사랑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그 정도는 각각 다르겠지만 대부분 책이나 영상을 통해 본 사랑을 나의 사랑과 혼동합니다. 결국 꿈꾸던 사랑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거나 실패하게 됩니다.


막상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생각했던 대로 사랑이 실현되지 않는 까닭은 뭘까요? 아직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끝나버리는 사랑은 과연 나만의 문제일까요?


사랑만큼 중요한 문제도 없을 텐데 아무도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엔 뻔한 이론이 나열되어 있고,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사랑은 현실과는 다르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사랑하기 위한 우리의 마음과 태도 그리고 실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은 독일계 미국인이며, 정신분석학자, 인문주의 철학자입니다. 그의 사랑의 기술은 국내에도 60년 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사랑의 기술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사랑은 정말 기술인가에 대해서.(사랑의 기술의 원제는 the art of loving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람들이 사랑을 즐거운 감정만으로 여기고, 사랑은 배울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사랑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세 가지 까닭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죠.


첫째, 사랑을 '사랑받는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경제적 부를 획득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면 사랑받게 되고, 여자는 외모를 가꿔서 사랑스러워지면 사랑이 저절로 찾아오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랑받는 문제로만 생각한다. 


둘째, 사랑을 대상의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건 쉽지만 사랑할 대상을 당장 발견하기 어려워 사랑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배우지 않아도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건데 대상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고 믿는다. 


셋째, 사랑을 성적 욕망과 착각하기 때문이다. 남녀는 성적 결합을 통해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지나 성적 결합과 매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사랑이라고 여겼던 감정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패턴이 반복된다.


이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을 배우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능력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받기를 기다리다 사랑할 대상이 나타나면 그/그녀와 성적 결합을 통해 사랑을 확인한다. 


평소 우리가 알던 사랑의 모습과 많이 닮진 않았나요?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 상품화되고 획일화되는 지점을 비판합니다. 또한 주체적이지 못한 사랑에 대해선 성숙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사랑은 대상의 문제도 아니며 성적인 결합을 통해서 해결되지도 않고,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성숙한 사랑이다.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랑해야만 성숙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성숙한 사랑을 하면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통해서 세계를 사랑할 수 있고, 나 자신 또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복잡한 생각으로 사랑이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은 사랑에 대한 처세술을 알려주진 않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내 인생에서 사랑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요? 전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우리는 더 좋은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 사랑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랑에 대해서 전혀 모르겠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당장 사랑의 기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사랑에 대해 알면 알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될 테니까요.



※ 이 매거진의 모든 글을 보려면 #책속사랑이야기 를 검색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