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로 메모 앱을 만들어봤다

by 아이엠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휘갈기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페이퍼리스(Paperless)' 삶을 지향하는 내게 종이 조각은 이내 짐이 되고 만다. 기록은 파편화되지 않아야 하며, 언제든 검색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물론 대안은 많다. 스마트폰의 기본 메모 앱부터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하는 노션(Notion), 완벽한 화이트보드 환경을 제공하는 캔바(Canva)나 밀라노트(Milanote)까지. 하지만 나는 늘 결핍을 느꼈다. 도구가 늘어날수록 내 데이터는 여기저기 흩어졌고, 관리의 피로도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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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순 없을까?"


고민 끝에 내가 정착한 곳은 결국 '구글(Google)'이었다. 정확히는 구글 시트와 앱스 스크립트(Apps Script)를 활용해, 윈도우의 '스티커 메모' 같은 직관적인 기능을 구글 생태계 안에 직접 구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작년, 논문을 준비하며 구글의 행보를 지켜보던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결국 '데이터'를 가진 자다. 구글은 텍스트, 영상, 이미지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요리할 '제미나이(Gemini)'라는 강력한 셰프를 탄생시켰다.


당시 전문가들에게만 공개되었던 영상 생성 모델 '비오(Veo)'의 기술력은 이미 압도적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이 흐름은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가 아니었다. 모든 일상과 업무가 구글이라는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로 묶이는 과정이었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의 최소 기능 제품(MVP)들을 최대한 구글 기반으로 설계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지점부터다. 이후 구글은 나노 바나나(Nano Banana), 오팔(Opal) 등 혁신적인 모델들을 무섭게 쏟아내며 그들만의 견고한 제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구현한 과정과 결과물을 작년 12월부터 영상으로 담아 유튜브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거창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만든 이 작은 도구가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되길 바랐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투박하게나마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처음 '구글 시트 메모 앱' 영상을 올렸을 때의 반응은 서늘했다. 기대와 달리 조회수는 멈춰 있었고, 나는 자문했다.


"역시 나만 재밌었던 걸까?"


나에게는 이토록 유용하고 흥미로운 작업이 타인에게는 그저 흔한 튜토리얼 중 하나로 비친 건 아닐까 싶어 내심 풀이 죽기도 했다. '페이퍼리스'를 향한 나의 진심과 구글 생태계에 대한 나의 확신이 오직 나만의 즐거움에 그치는 것 같아 조금 쓸쓸해지던 찰나였다.


그런데 오늘, 멈춰 있던 숫자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만 회의 대박은 아니지만, 조용하던 영상에 몇 백 명의 발길이 닿았다. 소위 말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비춘 것이다.


숫자보다 나를 더 기쁘게 했던 건, 그 몇 백 번의 조회수 뒤에 숨겨진 '동질감'이었다. 지구상 어딘가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와 같은 도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리즘이라는 차가운 기술이 나에게 "너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기분이었다.


이 작은 경험은 앞으로의 나에게 큰 이정표가 될 것 같다. 설령 당장 눈에 보이는 반응이 없더라도, 내가 믿는 가치를 꾸준히 기록하고 공유하다 보면 결국 누군가와는 반드시 연결된다는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연결과 확장이 AI 시대이기에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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