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어는 몰라도 '명령'은 할 수 있는 시대

by 아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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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화면 속 커서가 낯설지 않게 된 비전공자


어느 날부터인가, 내 모니터에는 코드 화면이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공자도 아니고, 서버의 'ㅅ'자도 모르는 내가 말이다. 화면에는 마우스 커서도, 클릭할 수 있는 예쁜 버튼도 없다. 그저 무심하게 깜빡이는 커서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전에도 간단한 HTML 콘텐츠를 수정하기 위해 VS Code를 열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오랜 시간 이 화면을 붙들고 있었던 적은 없었다. 작업을 이어가며 문득 깨달았다. AI의 진가는 바로 이 '검은 화면' 위에서 발휘된다는 것을.


허무할 정도로 쉬워진 '기계와의 대화'


예전에는 무언가 하나를 설치하려 해도 수많은 블로그를 뒤지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과정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쉽다. AI에게 물으면 막힘없이 답이 나오고, 나는 그저 그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 과정을 정복해 나가는 재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동안의 고생은 무엇이었나" 하는 약간의 허무함마저 든다.


우리는 윈도우와 아이콘에 익숙하다.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고, 열린 창에서 눈에 보이는 버튼을 누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좀 더 '개발자스러운'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바로 CLI(Command Line Interface)다.


CLI는 마우스 대신 키보드로 텍스트 명령어를 입력해 컴퓨터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그래픽(GUI)이라는 친절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검은 화면에 명령어를 던진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방식은 지금 우리가 AI를 사용하는 방식과 소름 돋게 닮아 있다.


명령어는 몰라도 '명령'은 할 수 있는 시대


CLI를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빠르고, 자동화에 유리하며, 시스템의 깊은 곳까지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조만간 "굳이 명령어를 외워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지도 모른다.


쉽게 비유해 보자. 웹사이트에 파일을 올릴 때, 마우스로 파일을 끌어다 놓거나 '업로드' 버튼을 누르는 것이 기존의 방식(GUI)이다. 반면 CLI는 영어로 된 복잡한 명령어를 직접 타이핑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 영문 명령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AI에게 일상어로 요청하면, AI가 알아서 컴퓨터가 알아듣는 명령어로 번역해 실행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내 의도를 말하면 AI가 코드를 짜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제 터미널의 검은 화면은 낯선 대상이 아니라, AI와 나를 연결하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이제 고민은 '방법'이 아닌 '방향'으로 향한다


장벽이 허물어지자, 고민의 결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코딩을 몰랐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았다. 그저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글자 색을 바꾸고 파일을 올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기술적 허들이 사라진 지금, 나는 더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어떤 도구(Stack)를 조합해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것인가?

수많은 AI 모델 중 내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무엇인가?

완성된 결과물을 어디(Cloud)에 올려야 가장 효율적일까?


이전에는 '어떻게(How)' 만드는지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어떤 가치(What)'를 위해 '어느 방향(Where)'으로 나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코딩은 AI가 하지만, 그 코드가 향할 목적지를 정하는 건 여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개발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시스템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내 고민은 달라졌다. 그리고 비전공자인 나에게 CLI는 나에게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생각을 현실로 번역해 주는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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