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빨라지면, 결정이 바뀐다

by 아이엠

우리는 AI를 이야기할 때 종종 “업무가 빨라진다”는 말로 정리한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그보다 훨씬 깊다. 속도가 바뀌면, 일의 구조 자체가 바뀐다.


예전에는 하나의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며칠이 걸렸다. 자료를 모으고, 초안을 쓰고, 검토를 받고, 다시 고치고, 회의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조직은 자연스럽게 ‘실수를 줄이기 위한 구조’로 진화했다. 회의가 많아지고, 승인 단계가 늘어나고, 결정은 늦어졌다.


AI가 들어오자 이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같은 보고서 초안을 몇 분 안에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틀리면 고치면 되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뽑으면 된다. 이때부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썼는가”가 아니라 “이 중에서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가 된다.


“빠르게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곧 그 분야의 전문가다.”라고들 한다.


이 말은 감각적인 표현이 아니다.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전문성이란, 많이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라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빠르게 구분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AI가 여러 개의 초안을 만들어주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물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이건 버려야 하고, 이건 써야 한다”라고 빠르게 가르는 능력은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전문가의 역할은 ‘제작자’에서 ‘선택자’로 이동한다.


과거에는 전문가가 직접 하나의 정답을 만들어야 했다. 지금은 AI가 여러 개의 가능성을 만들고, 전문가는 그중에서 방향을 정한다.


초안이 무거울 때는 회의가 필요했다.

초안이 가벼울 때는 결단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AI를 잘 쓰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회의를 하는 게 아니라, 더 빨리 결정을 내린다.


일이 빨라지면, 결국 생각하는 방식이 바뀐다. 그리고 지금, 전문성의 정의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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