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디자인과 심미안이 더 중요해진 이유

by 아이엠

AI는 이제 글도 쓰고, 이미지도 만들고, 기획서도 작성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창의성’이라고 불러왔던 많은 영역이 자동화되었다. 속도와 양에서는 이미 인간이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줄어든다.


사람들은 더 많이 보지만, 더 빨리 스쳐 지나간다. 이때 남는 기준은 점점 하나로 수렴한다.

“이건, 눈길이 가는가?”


AI는 수많은 결과를 만든다. 하지만 그 결과들은 대부분 서로 너무 닮아 있다. 문장 구조, 이미지 스타일, 레이아웃, 말투까지 평균값에 수렴한다. 그래서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형태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디자인은 더 이상 장식이 아니라, 의미를 인식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여기서 심미안이 등장한다. 심미안이란 단순히 예쁜 것을 고르는 능력이 아니다. “이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감각이다. 러시아 문학 이론가 슈클롭스키는 이것을 ‘낯설게 하기’라고 불렀다. 익숙한 것을 일부러 낯설게 보여 주어, 우리가 다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


AI는 익숙한 패턴을 잘 만든다. 하지만 낯설게 만드는 것은 거의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AI는 과거의 평균으로 학습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할은 점점 여기에 남는다. 같은 정보, 같은 데이터, 같은 문장 속에서 “이걸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하는 능력. 이 질문이 바로 디자인이고, 심미안이다.


AI 시대의 디자인은 색이나 폰트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에 시선을 멈추게 할 것인가, 어디에서 생각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같은 문장도 줄을 바꾸면 의미가 달라지고, 같은 이미지도 여백이 바뀌면 감정이 달라진다. 이 미세한 차이가 AI가 만든 수천 개의 결과물 중에서 하나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점점 이런 사람을 찾게 된다.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보게 만드는 사람.” AI가 모든 것을 빠르게 복제하는 시대에 낯설게 보는 눈을 가진 사람만이 자기만의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디자인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사고의 방식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이 빨라지면, 결정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