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그림을 시작했다. 병 대칭을 좌우 똑같이 그리고 싶은데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도 색을 칠할 때 잘 하면 되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사물의 위치 잡는 것에 신경썼다. 선생님은 오른쪽 아래 오렌지가 너무 동그라면 실물같지 않다고 약간 타원으로 그리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배운 대로 진한색 먼저 올리기 시작했다.
한번 몰입하면 잘 헤어나오기 어렵다. 두시간 그리는 시간 내 한번 일어나지 않는다. 그 만큼 재미있다는 것이다. 순식간에 오렌지에 색을 입혔다. 내가 좋아하는 색이 초록 계열 다음으로 노랑-주황색 계열이다. 그늘진 부분의 색을 고를 때 아무리 검은 색이라고 하더라도 오렌지 계열이 들어가지 않으면 어색하다. 고동색과 빨강, 다홍을 적절히 섞으면서 밝은 부분을 칠한다. 그늘진 색을 채우다가 밝은 부분으로 나올 때 헤어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더 밝게’칠하는 과정에서 노란색을 섞어가면서 비슷하게 빛이 표현될 때 짧게 이 피사체와 그림, 그리고 색감에 도취 되어서다.
그림이 즐거운 이유는 두시간이 온전히 '내 맘대로' 이기 때문. 표현함에 있어 정답은 없지만 작은 룰과 팁은 있다. 선생님은 내 뒤에서 계속 지켜보지 않고 툭툭 하나씩 조타의 방향만 말해주거나 직접 터칭을 해준다. 내가 막춤을 추든 발레를 하든 내버려 두다가 박자에 몸을 싣는 동작 몇개를 알려주면 내가 춤출 때 응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과 비슷하다. 선생님이 내 그림을 봐주는 것이 즐거운 이유다. 선생님은 내가 그린 병의 목부분이 너무 굵다고 했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림이 귀여워졌다. 대칭을 맞추려다가 칠이 과해졌다. 왼쪽 라인은 얼추 비슷한 것 같은데 오른손 잡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처럼 아무리 해도 라인이 비슷해지지 않았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그릴 때 좀더 선을 많이 써서 정교하게 대칭을 맞춰봐야겠다. 수정할 자신이 없어서 일단 배경부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