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상황 정리

파란 병과 오렌지 (3)

by 김초록

"선생님 오늘은 칠한 곳 다시 덮으면 되죠?" 사실 하나도 모르겠다는 질문이다.

"아니죠. 오늘은 오렌지 빛이 섞이는 부분을 풀어주고, 병도 센터 색을 맞추고 밖으로 뻗어가세요. 병의 우측은 더 짙게. 오렌지는 주황, 주홍, 그리고 오로라 핑크를 섞으면 더 쨍해지죠. 그리고 딥 옐로를 섞으면 아예 더 눈에 띄는 밝은 색을 띠죠."


두 번째 칠하니 색이 성숙해졌나?


짐작한 계열의 색과 의외의 색이 만났을 때 생각지도 못한 정답의 색이 만들어질 때 맘속으로 작은 감탄사가 나온다. 가장 쨍한 부분의 오렌지 색, 그다음 오렌지 색, 그다음, 그다음... 하나의 작은 원에 빛 따라 달라진 색이 이렇게 많다. 전에도 덮었던 색이지만 아주 엷게 색이 달라진 것만으로도 느낌이 바뀐다. 또 이전 그림에서 그렸던 붓 자국. 캔버스를 처음 만났던 어색함에 덧칠을 하니 색이 어쩐지 의젓해 보인다.



메꾸자........ 메꾸자......
찾자.... 찾자...


다음은 병목. 굵었던 병목을 배경으로 덮어놓았더니 짙은 프루시안블루 테두리가 사라졌다. 선생님 말씀대로 중간색을 먼저 칠하고 더 짙게 칠하다가 결국 더 가는 붓으로 테두리 라인을 그렸다. 어색하다. 병의 굴곡을 더 자세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역부족이다. 또, 이렇게 그리고 나니 병 양쪽 비대칭이 더 도드라졌다. 첩첩산중이네 이거.. 심지어 병의 허리가 우글거린다. 그래도 그 와중에 한 번 붓에 묻힌 프루시안블루로 병 속 물 표면도 그렸다. 그리고 최대한 유사하게 병 내부를 구현했다. 그리고 바탕으로 넘어갔다. 병 표면을 손보려고 바탕으로 넘어간 건데 갑자기 배경의 에메랄드 빛 색 조합이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저렇게 색 조합을 하고 '비슷한가?' 손을 댔더니 병 좌측 배경처럼 사달이 났다.


새로운 물감을 짤 필요가 없었어!


영 다른 색 조합을 하면서 바탕에 찍 그어보고 전혀 다른 색이라 놀라고 오일로 지우기를 몇 번 하면서 나서야 찾았다. 바탕색의 해답은 바로 많이 짜 놓았던 <프루시안블루>와 전 타임에 많이 짜 놓아서 집에 가져가 얼렸다가 다시 가져온 <샙그린>과의 조합이었다. 병 라인을 살리려고 바탕을 건드렸다가 전체 바탕을 다시 칠하게 됐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멀쩡한 길을 두고 길을 빙 돌아온 기분이다. 오로라를 연상케 하는 이 에메랄드 색을 찾으려고 애를 먹었다. 어차피 해야 할 작업이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당황했다. (사실 초보는 계속 당황한다.. 하하) 이렇게 된 김에 테이블과 배경과의 경계도 한번 덧칠했다. 물론, 펜 붓을 활용해서 경계도 풀어주며 옛날 사진관 뒷배경처럼 은은하게 색이 번져나가는 것처럼 작업을 했다. (그 정도로 은은하게는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오늘 사진은 못 찍었지만 울렁거리는 병 몸통도 아래 배경색으로 조금 매끄럽게 해 주었다. 하지만 좌우대칭.. 이 그림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시간 꽉 채워서 이 작업에 흠뻑 빠져있다가 나왔다. 처음 계획대로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저질러진 상황 수습하며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말 그대로 자유잖아? 헤헤 오늘 미술 시간도 소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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