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녹원

초록에 대하여

by 김초록


백지상태에서 플러스만 되는 희망이 있다면 어떤 희망은 마이너스를 채우는 희망이 있다. 2021년을 보내며 채움에 있어 무언가를 많이 앗아갔다는 기분이 더 강했다. 작년, 우리는 세 번째 유산을 했다.

2022년 새해맞이 여행을 가자고 결심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곳이 있었다. ‘죽녹원’이었다. 추운 겨울에도 푸름을 볼 수 있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였다. 마침 전 날 담양엔 눈이 내렸고 죽녹원의 그늘진 곳곳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우리는 눈 덮은 대나무 숲을 거닐었다. 사계절 푸른 나무의 대명사 ‘대나무’이지만 눈과 함께 있는 모습은 강인한 생명력을 더욱 뽐내었다. 녹음 사이사이 떨어지는 햇살이 빛이 났다. 하늘과 맞닿은 가장 높은 대나무 잎은 여린 빛을 내며 여름을 연상케 했고 그늘의 짙은 대나무 잎 위 눈이 쌓여 초록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초록색을 보면 힘이 난다. 녹음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질 정도로 환희에 찬다. 우리는 죽녹원에서 마이너스를 채우는 희망을 얻은 게 아닐까. 단단하고 굳세면서 푸른 그런 긍정의 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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