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정아

초록에 대하여

by 김초록



“이렇게 또 봄이 왔어. 이 추운 겨울 동안 죽지도 않고 말이야.
나는 이 목련 눈을 보면 그렇게 설레.”


3월.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목련의 눈만 보면 엄마는 버릇처럼 말했다. 우리 동네 골목에는 목련나무가 많았다. 엄마가 이런 말을 자주 해서 그랬는지 나는 어릴 적부터 목련의 눈을 자주 오래 들여다보았다. 나무는 털이 없는데 어째서 이 작은 싹은 몸에 털이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꽃잎이 져 바닥에 떨어지면 지저분해져 원성을 사는 꽃나무지만 왠지 목련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천덕꾸러기라고만 할 수는 없다.

나에겐 유채꽃보다 먼저 봄을 알아차리는 방식은 이런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눈’을 찾는 일이었다. 그래서 조금 크고 나서 엄마랑 이맘때쯤 길을 걸을 땐 “엄마! 저기 목련 눈!” 먼저 찾으려 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봄의 인기척을 아는 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습관성 계절 발견 방법은 나에게 꽤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내가 자라면서도 겨울과 봄 사이, 추위의 쓸모에 대해서도, 추위를 견디는 것에 대해서도 불현듯 인생사를 빗대어보게 됐기 때문이다. 마치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쓴 맛의 대가를 생각해 보고, 희망을 꿈꾸며 견딜 줄 아는 것도 왠지 그 덕분 같다. 아니면 엄마의 ‘희망 교육법’이었나?

하지만 나의 근황은 희망을 오래 생각하는 방법을 한동안 잊은 것처럼 너무 오래 추위를 느꼈고, 어둠 속에서만 힘들어했다. 아무래도 살면서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랬는지 머릿속으로는 ‘목련의 눈’을 그리면서도 ‘눈’이라는 용어가 떠오르지 않아 결국 ‘목련의 싹’으로 검색을 했다. 그랬더니 ‘줄기나 가지 끝에 생기는 눈’이란, ‘정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창 시절 이름이 ‘정아’들이 꽤 있었는데. 새삼 반갑고 예쁜 이름이구나. 이렇게 작고 예쁜 정아는 아직 겨울이 채 가시지 않았음에도 추위를 견디며 봄 맞을 준비를 하는 꽃봉오리였다. 오늘은 밖에 나가서 꼭 이 계절의 특권, ‘정아 찾기’로 희망도 찾아봐야지.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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